정치일반
[팝콘정치] ‘강용석 논란’에 비친 국회 기자회견의 정치학
뉴스종합| 2016-02-01 16:21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너 고소!’를 외치며 누구에게나 당당할 것 같았던 강용석 전 의원의 정치권 복귀 신고식은 호됐다.

1일 새누리당 서울시당으로부터 복당을 거절당한 그의 ‘오늘’은 사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출마선언 당시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터였다.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소대장으로부터 “당으로부터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단호한 말이 나왔던 바로 그 순간부터다.

이에 당사에서 출마선언을 하려 했던 강 전 의원은 결국 국회로 발걸음을 돌렸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면 현역 국회의원 한 명의 배석이 필요한데, 그의 ‘컴백쇼’에 힘을 보태줄 만한 누군가를 물색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강 전 의원은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의 도움으로 출마선언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출마선언을 할 분이 있으니 급히 정론관에 배석해야겠다”는 영문모를 호출만을 받고 현장에 나온 문 의원에게도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쌓인 강 전의원의 모습은 당황 그 자체였으리라.

이에 따라 문 의원은 “사전에 (강 전의원의) 연락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잠시 왔다가 간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선을 그었다.

성대하고 화려해야 했을 정치권 복귀 신고식이 씁쓸함과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찬 ‘헤프닝’으로 전락한 셈이다.

사실 정치인의 기자회견에 담긴 ‘신(新)ㆍ구(舊) 권력의 정치학’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이런 광경은 우스꽝스럽게 보일 테다. ‘어디서 출마선언을 하든 대수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당사 단상은, 국회 정론관의 기자회견장은 정치인들에게는 이른바 ‘꿈의 무대’다. 그곳에 서서 무엇인가를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자연히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 기자회견에서는 종종 평소 잘 드러나지 않았던 모종의 권력관계가 비쳐난다.

지난달 1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사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김태현 변호사, 배승희 변호사, 변환봉 변호사, 최진녕 변호사, 박상헌 공간과미디어 소장 등 6명의 청년 인재를 소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6명은 당시 ‘인재영입’ 압박을 받고 있던 김 대표의 ‘돌파구’ 역할을 톡톡히 하며 단번에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벌어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혜훈 전 의원의 ‘15분 차 출마선언’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당시 두 사람은 간발의 차를 두고 서울 서초갑 출마를 선언했는데, 이 전 의원과 대학 동기(서울대 경제학과)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조 전 수석의 기자회견에 먼저 배석하며 ‘친구보다는 친박’이라는 세간의 농담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조 전 수석의 출마선언에 마음이 다급해진 이 전 의원은 부랴부랴 여의도 근처에 있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을 찾아서야 다소 뒤늦은 출마선언을 할 수 있었다.

이 전 의원이 과거 ‘원조 친박’이었지만, 지금은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여성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권력관계가 기자회견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세시대 귀부인들의 사교계 데뷔식보다, 황제의 대관식보다도 복잡하고 어려운 ‘기자회견’의 정치학이다.

yesyep@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