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집결과 분열 사이…최경환의 ‘3박4일 진박투어’가 남긴 것들
뉴스종합| 2016-02-03 10:13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집결과 분열. 그가 지나간 길에는 모순된 발자국이 이정표처럼 총총히 남았다. ‘친박(親朴) 수장’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30일부터 영남지역을 돌며 남긴 발자국이다.

최 의원은 여의도 복귀의 첫 행보로 이른바 진박(眞朴) 예비후보들의 지원사격을 자임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대구ㆍ경북(TK) 물갈이론’과 ‘진박 발언’을 거침없이 이어갔다.

비박은 격렬히 반발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50인 회동’이라는 반작용도 일어났다. 그리고 3일 최 의원의 첫 대업(大業)은 드디어 종장을 맞이한다. 지난 2박 3일간 그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지난 2일 오후 대구 서구에서 열린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윤 후보, 곽상도 중남구 예비후보 등과 함께 만세를 외치고 있다.

최경환이라는 구심점이 만든 친박 대집결의 시작=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최 의원은 오전 11시 박대출 의원의 경남 진주갑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이어 오후 2시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대구 달성군 선거사무소 개소식, 오후 4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대구 동구갑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잇달아 참석한다. 최근 사흘간 이어진 대구ㆍ부산ㆍ경상지역 ‘개소식 정치’의 피날레인 셈이다.

최 의원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1, 2일에도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대구 북구갑),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중남구),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부산 기장군),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대구 서구갑)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줄줄이 찾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친박계의 세 결집과 그들이 주장하는 TK 물갈이론이 큰 탄력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최 의원의 거침없는 발언이 그 원동력이 됐다.

최 의원은 먼저 지난달 30일 하 전 대구은행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TK 물갈이론의 포문을 열었다. “대구ㆍ경북 의원들 박근혜 정권을 위해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타가 그것이다.

최 의원은 이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그가) 박근혜 정부의 뒷다리를 걸거나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것 말고 한 일이 무엇이냐”고 맹비난했다.

대구 동구을 지역에서 불고 있는 ‘유승민 바람’을 잠재우고, ‘진박 마케팅’을 향한 일각의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 의원은 ‘진박 6인방’의 진실성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있지 않았다. 지난 2일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최 의원은 “일을 평소에 하는 사람들, 교체 지수가 낮은 사람들은 (진박 마케팅에) 반발을 안 하더라. 속이 찔리는 사람들이 그러더라”며 “믿었던 사람이 덜 도와주면 더 섭섭하다. 대구 사람들이 덜 도와주면 대통령이 더 서운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 의원이 파죽지세로 지원사격을 이어가자 당내 친박계 의원들도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집결하는 모양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전날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대표가 비박계 초재선 의원 50여명과 만찬회동을 가진데 대해 “김 대표가 아주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당의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강해지는 비박계의 반발…친박 내부서 ‘역풍’ 우령의 목소리도=그러나 이처럼 친박계가 급격히 세를 불리는 데 대한 반작용도 만만찮다. 앞서 언급된 김 대표의 50인 회동이 그것이다.

앞서 김 대표는 1월의 마지막 날 저녁을 범(凡) 비박계 의원들과 함께 했다. ‘권력자’ 논란과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 인선을 두고 비박과 친박이 날선 대립을 하는 미묘한 시점에서다.

이날 모임에는 권성동, 김학용, 김성태, 김영우, 박민식, 서용교 의원 등 김 대표의 측근을 비롯해 신동우, 박창식 의원 등 중립 성향의 의원들까지 비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참석했다. 친박계 조원진, 윤상현,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은 참석하지 않았고 모임 관련 연락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에 맞서기 위한 비박계의 세 결집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친박과 비박 사이의 ‘집안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유철 원내대표는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당의 분열 일으키는 언행은 삼가면 좋겠다”며 “친박, 비박이 아닌 친민생, 친서민으로 가야 새누리당에 국민이 더 많은 사랑 줄 것”이라고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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