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팝콘정치]대한민국은 ‘댓글같은’ 현수막 전쟁
뉴스종합| 2016-02-04 11:11
누리예산 싸고 각당 공격·방어
국론분열·여론호도 비판 도마에
‘설맞이 문구 뭘까’ 벌써 촉각



대한민국이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내건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이후 현수막이 주요 홍보수단으로 떠올랐다. 각 정당들이 심혈을 기울이다보니 나름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여론을 호도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공방은 현수막 전쟁으로 옮겨 붙으며 화제가 됐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새누리당. “교육감님, 정부에서 보내준 누리과정 예산 어디에 쓰셨나요?”라는 감각적 문구의 현수막을 거리 곳곳에 걸었다.

이에 정의당은 새누리당 현수막 바로 아래에 “대통령이 약속한 누리과정 예산 안줬다고 전해라”는 현수막으로 대응했다. 정의당의 현수막은 인터넷 댓글 같다는 호평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도 새누리당 현수막 위에 “0~5세 보육, 국가완전책임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 제2호입니다”는 현수막을 걸며 거들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서는 두 야당으로부터 협공을 받은 셈이다. 창당 작업을 끝낸 국민의당이 본격 합류하면 새누리당의 사정은 한층 더 옹색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수막 공방 2라운드도 이어졌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이 먼저 “박근혜 정부가 일 좀 하게 해주세요”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자 정의당은 “박근혜 정부가 그 일 하면 우리 쉽게 해고되는 거 맞지요?”로 맞대응했다.

각 정당은 설 인사 현수막을 준비하며 3라운드를 준비중이다. 현수막이 화제가 되면서 갖가지 얘깃거리도 쏟아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SNS를 통해 분당에 걸린 정당 현수막 사진과 함께 “새누리당 현수막 부착, 다음 정의당의 아래 댓글 현수막, 마지막으로 더민주당 위 댓글 현수막 부착으로 3당 합동 현수막 완성”이라면서 “전부 불법 현수막인데 뗄까요? 놔둘까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기독당은 “핵 위협엔 핵 보유가 답”, 애국당은 “정부는 NPT 탈퇴하고 핵무장 선언하라!”는 현수막을 걸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현수막 공방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각 공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선거기간이 아닌 시기에 지정된 게시대나 정당 건물이 아닌 곳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라는 점이다. 시군구에서는 각 정당 지지자들의 상대당 현수막을 겨냥한 불법 현수막 신고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한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