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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ㆍ재건축 싫다”…해제지역 급증 왜?
부동산| 2016-02-12 08:16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재건축해봐야 수익성이 없으니까요. 투기목적으로 지분쪼개기해서 들어온 사람이야 찬성하지….”(석관1 재건축 반대모임 관계자)

성북구 석관1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주민들은 지난달 주민 50% 이상의 찬성으로 성북구에 구역 해제를 신청했다. 앞으로 관할구청장 요청,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사를 거쳐 해제 고시가 되면 15년만에 재건축이라는 ‘희망고문’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정비구역으로 묶인 뒤 토지 가격이 제자리 걸음을 보이면서 인근 지역의 반 값이 됐고, 건축제한으로 손보지 못한 노후건물은 더 늘었다. 고시 이후 주민들은 건물을 신축하거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대안을 검토할 수 있게 된다.

지난 5일 수색6 구역 증산동 주택가에 ‘개발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 깃발이 내걸려 있다

이처럼 토지 등 소유자 50% 이상이 요청하면 정비예정구역을 해제할 수 있게 한 3년 짜리 일몰제가 지난달로 끝났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재개발ㆍ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된 곳은 96곳으로, 2014년에 비해 30곳이 더 늘었다. 새해 들어서도 11일까지 고시 기준으로 무려 12곳이 해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4곳, 2014년에는 단 한 곳도 없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행정 절차만 남겨 둔 지역까지 포함하면 이달 해제 지역 숫자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예정)구역 지정 해제가 잇따르는 것은 최근 몇년새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사업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시공에 따른 추가부담금은 늘고,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추세인 데다 일반 분양이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사업을 영위 중인 상가, 단독주택, 은퇴세대를 중심으로 반대가 심한 편이다.

한남뉴타운, 수색뉴타운 등 대표적인 재개발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한남 뉴타운은 2ㆍ3구역의 우사단 길에 소규모 공방과 카페가 들어서 이미 제나름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고, 1구역의 앤틱가구 거리도 쇼핑 명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상가주를 중심으로 한 반대와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주 위주 찬성간의 갈등이 여전하다. 보광동에 사는 한 60대 주민은 “뉴타운 개발하면 현금청산금을 받아 귀향할 것”이라며 “새 아파트 분양권 받아 뭐하겠냐”고 했다. 이 주민은 현금청산소송 사례와 일지, 아파트 미분양 발췌 기사 등을 묶은 문서 다발을 손에 들고 있었다.

수색6구역에 있는 C공인중개소 대표는 “상가들과 단독주택 보유주들은 이미 집이 있어서 아파트가 필요없는 사람들”이라며 “이 지역 토지가격도 평당 1300만원으로 많이 올랐는데, 공시지가의 140%를 보상금으로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에선 추후 재개발이 진행되면 현금청산 요구가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조합원 부담 증가, 사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울시는 주민 갈등 등으로 장기간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정비예정구역을 직권해제할 수 있게 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에 대해 지난해 10월 입법예고 한 데 이어 오는 24일 시의회 의견을 청취한다. 새 조례가 공포되면 ‘소유자의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는 경우(추정비례율 80% 미만)’ ‘추진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해 시가 정비(예정)구역을 직권해제할 수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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