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앨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이 한 마디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무너졌다.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소멸이라는 재료는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 한 마디에 묻혔다. 미국까지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내릴 정도로 경기가 나빠졌냐는 우려감에 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특히 스웨덴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이어 유럽과 일본이 추가로 마이너스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은 ‘마이너스 금리’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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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 역습이 시작됐다=11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뉴욕시장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4.56포인트(1.60%)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22.78포인트(1.23%) 떨어졌다. 영국 FTSE 100 지수는 2.39%, 독일 DAX 30지수는 2.93%, 프랑스 CAC 40지수는 4.05%나 떨어졌다. 앞서 홍콩 항셍지수는 3.85% 밀렸으며, 뉴질랜드는 작년 10월 이래 최저점까지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폭락은 마이너스 금리의 ‘숨겨진 가시’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금융여건의 악화→금융위기→실물경기 악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처럼 유럽 은행시스템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와 관련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수익을 위축시키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강화시켰으며, 향후 위기에 대응할 대안을 거의 없앴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마이너스 금리가 증시를 약세장으로 몰아넣고,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높이는 등 금융시장을 패닉 장세로 이끌었다고 꼬집었다. 경기를 부양시키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자 내놓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도리어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WSJ 등에 따르면 올들어 유로Stoxx 은행지수는 작년말에 비해 27%, 작년 4월 고점 대비로는 42% 폭락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래 최저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앨런 의장의 한 마디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공포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특히 스웨덴 중앙은행이 이날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0.35%에서 -0.5%로 0.15%포인트 인하했다는 소식과 맞물리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에 대해 “앨런 의장의 발언은 스웨덴의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소식과 맞물리면서 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실제 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키웠다”며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이로인해 금융시스템의 왜곡은 물론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핌코의 필립 보더로 금융 리서치 담당 부장도 WSJ에 “투자자들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내리거나 마이너스 대인 금리를 더 떨어뜨려 은행 마진과 수익에 타격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세지는 ‘마이너스 금리 무용론’…중앙은행의 실패=마이너스 금리 역습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무너지면서 ‘마이너스 금리’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중앙은행의 잘못된 고집으로 인해 중앙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바닥으로까지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한스 레데커 글로벌 외환전략 부장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중앙은행들이 배워야 할 한 가지 교훈, 즉 마이너스 금리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작동하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스티븐 젠 SLJ 매크로 파트너스 공동 창립자도 블룸버그에 “중앙은행들이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새로운 것을 내놓으려고 애쓰고 있으나 점점 시장과 은행이 파괴되는 모습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기 보다는 오히려 현금비중을 늘리고 대축을 축소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당국의 부양책이 오히려 대출을 줄여 경기 부양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WSJ는 이와 관련 은행의 부진은 전체 경제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금리 인하로 통화 가치 하락을 기대했던 일본은 오히려 엔화가 치솟는 등 금리 인하 이전보다 더 강세를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알렉스 드라이덴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기준금리에서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마지막 개척지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이들 금리가 소비자들과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때 진짜 뒤죽박죽된 세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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