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마이너스 금리(minus rate)’는 ‘콩글리쉬’다. 영어로는 ‘네거티브 레이트(nagative rate)’다. 말 그대로 부정적인 상황을 반영한다. 벌써부터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자칫 1930년 세계대공황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온 나라가 경제에 주력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개성공단 사태로 국내의 관심은 온통 남북관계에 쏠려있다.
경기침체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이란의 원유시장 주도권 경쟁은 저유가를 넘어 초저 유가를 만들었고, 이는 경기부양을 위한 각국의 ‘초저금리’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이러자 지난 해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경기부양의 불을 다시 지폈다.
올들어 일본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중국 경제를 우려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안화 등 신흥국 관련 자산을 팔고 전통적인 도피처(haven)인 ‘엔화’로 쏠린 데 따른 일본 중앙은행(BOJ)의 대응이다. 엔화강세가 되면 수출도 내수도 끝장이라는 위기감에서 택한 고육지책이다.
뒤이어 스웨덴도 이미 마이너스인 금리를 더 떨어뜨렸다. 엔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화폐가 강소경제국인 스웨덴의 크로나(krona)다. 1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까지도 마이너스 금리 검토 사실을 인정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며 금리인상을 말하던 미국이다.
지금 돈이 몰리는 곳은 두 곳이다. 금(金)과 선진국 정부채권이다.
상반기만해도 전년대비 크게 줄었던 지난해 금 수요는 하반기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전년대비 4% 증가로 마감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3년짜리가 1%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 연말 2%가 넘던 10년짜리도 1.6%대로 급락했다. 채권 수요가 몰리면 금리를 덜 받더라도 사겠다는 이들이 많아져 금리가 떨어진다. 실물경제에서 경기를 부양해 할 돈이 선진국 채권으로 꼭꼭 숨어드는 셈이다.
반대로 주식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자산이다. 디플레이션은 악재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는 유럽의 대형은행들의 주식매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도,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할 수 없다. 자칫 ‘뱅크런(bank run)’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은행이 마이너스로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도 없다. 우량한 고객들은 돈을 안 빌려가고, 불량한 고객들은 경기침체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할 확률만 더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적발된 불법 및 탈법 행위 때문에 내야 할 과징금도 수 조 원이다. 유럽 최대은행 중 하나인 도이체방크는 지급불능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유럽 은행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0.5정도다. 시장은 현재 이들 은행 순자산의 절반이 부실화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는 뜻이다. 유럽 은행들로서는 보유 자산들을 팔아서라도 현금을 마련해 둬야 한다. 제일 만만한 자산은 주식, 장소는 ‘달러지급기(ATM)’로 불리는 한국시장이다.
지난 1월 유럽 자금은 우리나라에서 2조240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까지 포함하면 두 달새 3조원 넘는 자금을 빼갔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공생관계인 헤지펀드들도 마찬가지로 한국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원화약세 추이와 장단기 금리흐름을 보면 채권시장 이탈 조짐도 감지된다.
주요 해외 언론은 ‘양질의 자산으로의 이동(Flight to quality)’이라는 표현 대신 ‘안전자산으로의 이동(Flight to safety)’, ‘안전자산으로의 도피(Flee to safety)’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진, 해일,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가 오기 전 동물들이 피난 가는 상황과 닮았다.
홍콩 증시에 이어 유럽증시까지 폭락하면 터질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폭탄’은 더욱 늘어난다. 개성공단에, 정쟁에 가려 어머어마한 경제위기가 가려지고 있다. 경제가 망하면 나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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