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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키 크게 하는 운동기구가 있다?
라이프| 2016-02-18 11:47
대학생 아들을 둔 전업주부 김 모씨(50)는 최근 아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 막연히 취업 때문에 말수가 적어지는거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또래보다 다소 작은 ‘키’ 때문이었다. 김 씨의 아들 키는 170㎝정도로 그리 작은 키라고 볼 수는 없지만 친한 친구들의 평균 키는 약 180㎝로 큰 편이었다.

김 씨는 “그 나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애와 취업에서 자신감이 떨어져 의기소침해 하는 아들을 보니 너무 속이 상한다”며 “정형외과를 찾아 약간 휘어진 다리를 똑바로 펴면 1~2㎝라도 클 수 있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어 한번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 청소년의 키는 경제성장과 비례해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해 통계청이 교육부의 교육통계연보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인 만 17세 남학생의 평균 키는 1965년 163.7cm에서 2013년 173.2cm로 커졌고, 같은 기간 만 17세 여학생의 평균 키도 156.9cm에서 160.8cm로 3.9cm 늘어났다. 학생들의 평균 키가 커지면서 아이들의 ‘키’는 이제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여겨질 정도다.

최근에는 이런 부모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상술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우리 아이들의 숨어 있는 키를 찾아라!’ ‘검증 받은 성장 운동기구’ 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일반식품과 운동기구가 키성장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로 광고한 판매업체 8곳과 광고대행사 2곳에 시정조치와 과징금 6000만원을 부과했다.

키가 얼마나 클지는 팔다리뼈 길이를 늘이는 ‘성장판’의 역할에 달렸다. 이 성장판에 있는 연골세포들이 활발하게 세포분열을 해줘야 뼈가 쭉쭉 길어진다. 이를 위해선 청소년기에 적당한 운동이 필수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청소년의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운동 클리닉’에 다니고 키 성장 놀이기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일부 키 성장 운동클리닉이 수십~수백만원의 비용으로 생활습관검사, 다리근육기능검사, 신체조성검사, 유산소운동능력검사 등 여러 항목을 정밀검진한 뒤 자신들이 만든 맞춤운동으로 키를 크게 해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상술일뿐이다.

김현우 세브란스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운동은 아동과 청소년의 신체를 전반적으로 튼튼하게 해서 성장을 돕는 것이지, 운동한다고 키가 직접적으로 크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키를 크게 해 주는 운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량을 늘린다고 해서 그만큼 키가 더 크지도 않는다는 설명이다. 심종섭 삼성서울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성장호르몬은 잘 때 대부분 나오기 때문에 낮에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성장호르몬이 많이 나온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도 “점프 놀이나 철봉 운동 등을 해서 키가 자라는 효과는 일반적인 임상 의학 뿐 아니라 스포츠의학에서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청소년의 키 성장을 좌우하는 열쇠는 ‘수면 시간’이다. 성장판에서 활발히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건 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뼈 성장은 깊은 수면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게 임상적으로도 입증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는 적절한 수면 시간을 7~8시간으로, 미국수면재단은 10대(14~17세) 하루 적정 수면 시간으로 8~10시간을 권장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제도 하에서 학생들이 이를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부 때문에 마음껏 뛰어 놀 시간이 없는 것은 더 큰 문제다. 


k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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