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제조·유통, 통신사까지 너도나도 ‘OO 페이’
뉴스종합| 2016-03-17 07:41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최근 1~2년 새 ‘페이(Pay)’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신용카드만 일단 등록해두면 바코드를 찍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 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니 그야말로 신세계가 열린 셈이다. 휴대전화 제조사와 포털 업체는 물론, 유통사, 이동통신사까지 페이 서비스에 손을 뻗었다. 

SK텔레콤은 최근 T멤버십 할인과 소액 결제를 결합한 간편결제 서비스인 ‘T페이’를 출시했다. 이동통신사 중에선 처음으로 페이 서비스에 뛰어든 것. 결제 시 신용카드와 T멤버십 카드를 따로 제시하는 대신, 전용 앱 설치 만으로 결제와 동시에 멤버십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신용카드가 아닌 소액결제 시스템이 기반, 가입 및 이용 과정에서 카드 정보 등을 입력할 필요가 없어 금융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 

노금섭 SK텔레콤 홍보팀 매니저는 “멤버십 할인과 결제를 한 번에 할 수 있고, 소액결제를 기반으로 이름 등 최소한의 정보만 입력해 이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전한 측면이 있다. 또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해 핸즈프리로 결제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특징을 관통하는 게 ‘편의성’이 아닌가 싶다”며 “특히 편의점 등에서 소액결제 활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T멤버십 제휴처 중 사용처를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 ‘SSG머니’가 대표 주자다. 지난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충전 금액이 2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SSG머니는 무통장 입금이나 신용카드 또는 상품권, 포인트 등으로 충전해 신세계백화점·이마트·스타벅스 등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선불형 SSG머니와 후불형 신용카드 간편결제 모두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향후 은행 계좌 연동 서비스, 교통카드 기능, 아파트 관리비 납부 서비스 등 실생활 영역에서 범용성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T페이와 SSG페이 외에도 현재 국내 페이 시장에는 20여 개가 넘는 서비스가 있다. 이 가운데 선두주자는 삼성페이, 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 등이다. 이들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탄탄한 사용자 기반에서 출발했다. 삼성페이의 경우 자사 스마트폰 이용자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도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경우 각각 국내 1위 검색 엔진(네이버)과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를 기반으로 서비스의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었다. 네이버쇼핑에서 네이버 페이 사용을 장려하고, 카카오톡 내 결제에서 결제수단에 카카오 페이를 도입하는 식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탄탄한 사용자 기반을 갖춘 몇 군데 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보다는 저마다 특화된 영역에서 서비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기본적으로 페이 서비스마다 기반이 되는 결제 시스템이나 사용 방법, 사용처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페이를 일직선 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 신용카드냐 소액결제냐, 바코드 결제나 블루투스 결제냐, 온라인에서만 혹은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모두 쓸 수 있느냐 등이 다 다르다. 그보다 더 큰 차이는 페이마다 특화된 서비스 영역이다. 삼성페이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고, 카카오페이는 공과금 납부 등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따라서 특정 페이 서비스가 주 결제수단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카카오블랙 호출 시엔 카카오페이를 쓰고, 편의점에선 할인과 소액결제가 한꺼번에 되는 T페이를 쓰는 식으로 상황에 따른 수요가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서비스사들이 단기적인 수익을 바라고 페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각 서비스를 유지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결제 시스템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면 향후 어떤 서비스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페이 서비스 이용자들의 결제 패턴과 같은 빅 데이터는 향후 여러가지 서비스 운영에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 서비스가 몇 개로 정리되기보다 각자의 구역에서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며 “수수료 만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페이는 없을 거다. 결제 플랫폼이란 건 향후 어떤 서비스에 붙여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당장은 성공적이지 않아도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다른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업계 가리지 않고 페이 서비스에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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