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봄의 불청객 황사 ①] 초대받지 못한 손님…벚꽃보다 봄을 먼저 알리다
라이프| 2016-03-21 13:19
- 천식ㆍ기관지염 환자 증상 악화…충분한 수분 섭취하고 습도 조절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중략)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 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민태원의 ‘청춘예찬’ 중-

‘봄’을 떠올린다.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봄바람,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젊음의 대학 축제 같은 밝고 활기찬 장면들이 연상된다. 23일 서귀포를 시작으로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고 하니 바야흐로 봄이다.그런데 요즘은 벚꽃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것이 있으니 바로 황사다.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황사로 인해 아침마다 차에 앉은 먼지를 닦아 내고 하루만 입어도 더러워지는 와이셔츠, 햇살 없는 뿌연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눈과 피부가 따갑고,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히 기분이 문제가 아니다. 


[사진=123RF]

▶황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건조지역에서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먼지 현상이다. 한반도 대기를 갈색으로 뒤덮으며 평소보다 4배나 많은 먼지를 대기에 포함시킨다. 차나 흰옷을 더럽히는 불편함부터 눈이나 피부, 호흡기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황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찾을 수 있다. 74년(신라 아달라왕 21년) 음력 1월 ‘우토(雨土)’라는 기록이다. ‘흙이 비처럼 내린다’ 는 뜻으로 하늘에서 흙먼지가 낙하하는 현상을 묘사한 것이다.

당시에는 이상 기후가 신의 노여움이나 왕의 부덕에 의한 현상이라 생각했다. 과거 황사는 대부분 흙가루와 먼지 등으로 이뤄져 있어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킨 않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공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단순한 흙먼지가 아닌 분진과 황산염, 질산염, 중금속 등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미세 황진이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 안구 건조증 같은 안과 질환을 유발한다. 또 건조한 날씨와 강한 자외선에 황사까지 더해져 접촉성 피부염이나 피부 건조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숨을 쉴 때 각종 먼지가 콧속 점막으로 들어가 과민반응을 일으키면 콧물, 재채기, 코막힘, 두통 등을 동반하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황사가 호흡기관으로 침투하면 천식, 기관지염 등을 앓는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공기 중 황사가 기도로 들어가 점막을 자극하면 정상적인 사람도 목이 아프고 호흡이 곤란해지며 기침, 가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천식환자는 황사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져 숨이 차고 숨 쉴 때 쌕쌕거리며 발작적인 기침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며 “이러한 증상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노약자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황사 피해를 방지하려면=일단 황사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2002년부터 기상청에서 황사 특보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일기예보를 미리 점검해 대비할 수 있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긴팔 옷과 모자 안경을 착용해 황사와 접촉을 최소화하고 마스크를 착용해 호흡기내로 황사가 침투하는 걸 막아야 한다. 황사의 입자 크기는 0.6㎛~10㎛로 분진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옷을 잘 털고 바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바람이 강하고 맑은 날에는 창문을 닫아 황사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공기정화기를 사용해 실내에 들어온 황사먼지를 제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도의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시고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젖은 수건이나 가습기로 습도를 조절해 준다. 집에 들어오는 어른은 아이를 만지기 전에 반드시 씻어야 한다.

최 교수는 “예방법에도 불구하고 기침이 지속되거나 쌕쌕거림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호흡기 내과를 찾아 진료를 받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thl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