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지그재그’ 트럼프 정책…때론 크루즈보다 보수적, 때론 케이식보다 진보적
뉴스종합| 2016-03-29 09:04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극우’로 알려져 있지만 정책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도널드 트럼프는 사안에 따라 상대적으로 진보적 시각의 정책과 보수적 관점의 정책을 모두 내놓고 있다. 다양한 유권자층을 포섭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공화당의 정체성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정책이 사안에 따라 라이벌 테드 크루즈보다 보수적이었다가, 때로 존 케이식보다 중도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우파의 입장을 대변한다. 1100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고 미국과 멕시코와의 국경에 벽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크루즈가 불법체류자들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대규모 추방을 논하지는 않은 것에 비해 한 발 더 나갔다.

무역에 대해서는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한다며 비판의 칼날을 세울 때는 크루즈보다 보수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보호무역주의 주창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공격할 때는 마치 버니 샌더스를 방불케 한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유 무역을 옹호해 왔다.

낙태와 건강보험 문제에 있어서는 케이식보다도 중도에 가까운 입장을 보인다. 세 후보 모두 반(反) 낙태를 주장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해 임신중절 옹호 보건기관 ‘플랜드 페어런트후드’가 낙태아의 생체조직 불법거래 의혹을 받았던 일에 대해 “모략”이라며 이 단체를 보호하는 편에 섰다. 공화당이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정부가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대한 보조금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크루즈는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대한 수사를 벌여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는 폐지해야 한다고 보지만 경제적 최하위층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케이식보다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한 것인데다, 2013년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불사하며 오바마케어를 저지하려 했던 크루즈보다 훨씬 진보적이다.

사안에 따라 상대적으로 색깔을 달리하는 덕분에 좀 더 넓은 범위의 유권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공화당 내에서는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그의 정책 방향들이 공화당을 대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쉴즈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그는 마치 공화당 내에서 제3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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