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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젠 건설도 금융이 핵심 승부수다 - 권태균 법무법인 율촌 고문(前 주UAE 대사)
뉴스종합| 2016-04-26 11:19
해외건설을 시작한지 꼭 반세기가 지났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해외건설이 최근 많이 어렵다. 지난 2010년 700억달러를 넘어 정점에 달했던 연간 수주액이 지난해 460억달러로 거의 반 토막이 나더니 올해는 작년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가 하락과 산유국들의 발주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등 경쟁자들이 우리만큼 어렵지 않은 것을 보면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듯싶다.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중동 산유국들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 대형 공공사업을 위해서는 우리에게 공사자금을 함께 들고 오라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냉정한 해외 건설시장의 현실이고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젠 시공자가 금융까지 지원하는 ‘시공자 금융주선형’ 또는 개발부터 투자, 금융조달, 운영까지 다 해주고 수익은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투자개발형’ 사업 같은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동안 해 온대로 공사해 주고 건설비만 챙기는 ‘단순도급’의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는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투자개발형 사업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미 이 분야에서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아쉽게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오케스트라에 좋은 연주자가 아무리 많아도 훌륭한 지휘자가 없으면 안 되듯 좋은 개발자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아직 우리에게는 경험 많은 개발자가 부족하다. ‘종합예술’인 투자개발형 사업을 위해서는 투자를 지원하는 인프라도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도 부족하다.

정부가 해외인프라개발펀드를 만들어 시장변화를 선도하고,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까지 나서 별도의 달러펀드를 조성해 투자자에 대한 지원을 시작한 건 다행스런 일이다. 일부 발 빠른 부띠크형 투자자들이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어려운 지역에 용감하게 나가 외국 금융기관과 국제금융기구를 적극 활용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미래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적인 건설시장이던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 석유부문이 경제의 절대적 포션을 차지하는 이들 국가의 위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하지만 이들도 2022년 월드컵이나 2020년 세계엑스포 등 큰 국가행사에 대한 투자는 그대로 하고 있고 전력, 정유 등 기간산업과 국왕이 국민에게 약속한 주택 등 공공인프라사업은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공사를 주면서 공사비도 같이 가져오라는 요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최근 국제제재가 풀리면서 후끈 달아오른 이란의 건설시장도 마찬가지다. 석유수입이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해외동결 자산이 모두회수될 때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당연히 시공자가 금융까지 주선하거나 아예 투자자금을 가지고 장기사업으로 진행해줄 것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지나친 기대만을 가지고 덤벼든다면 생각만큼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다. 이제는 건설도 금융이 핵심 승부수다.



권태균 법무법인 율촌 고문(前 주UAE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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