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미세먼지 주말 습격 ①] 발암경고 없는 미세먼지 문자, 무슨 소용?
뉴스종합| 2016-04-30 10:01
-미세먼지주의보 알림 문자서비스 효과 의문시
-나쁨, 매우 나쁨 등만…그냥 추상적 단어만
-시민들은 “구체적 내용 없어 그냥 지나친다”
-“정부ㆍ지자체 미세먼지 심각성 알리기 미흡”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 회사원 길주민(27) 씨는 미세먼지가 발암물질이라는 걸 알고나서 미세먼지 주의보 알림 문자서비스를 신청했다. 길 씨는 “지난주 미세먼지가 주의보 수준인 159㎍/㎥라고 문자가 와서 황사마스크를 챙겨썼지만 지인들은 문자를 못 받아서 주의보가 내려진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다산콜센터에 문의해보라고 하니 신청은 인터넷으로 사이트 회원가입 후에만 가능하다고 안내하더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의식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채 한강변을 걷고 있다.

#2. 50대 남모 씨는 최근 자주 오는 미세먼지 알림 문자가 귀찮아졌다. 남 씨는 “문자내용에 미세먼지 몇 ㎍/㎥이라 적혀있는데 이게 얼마나 심각한 지 잘 모른다“며 “출근해야 하는데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있으란 비현실적인 얘기 뿐이라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인 걸 아냐’는 질문에 남 씨는 “호흡기에만 안 좋은 것 아니냐”며 “암 유발하는 지는 몰랐다”고 했다.
서울 시내 자치구별 초미세먼지(PM2.5) 연 평균 배출량. / [사진=서울시]

오는 12월 23일이면 모든 담뱃갑 앞뒷면에 폐암 수술 사진과 같은 ‘경고성 그림’ 게시가 의무화 된다. 담배 속 ‘발암’ 물질 때문에 포장지의 경고성 그림을 통해 발암 가능성을 알리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선정했다. 유럽의 의학학술지 란셋(Lancet)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의 경우 농도 10~30㎍/㎥에서도 폐암 발병 가능성은 증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부 기준으로 초미세먼지는 50㎍/㎥가 넘어야 ‘나쁨’으로 예보된다. ‘좋음’, ‘보통’ 수준에도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대로 알리는 바가 없어 시민들이 여전히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선 주말에 하늘은 대체로 맑아도 공기중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 많아 야외활동에 주의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미세먼지 심각성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대기질정보문자서비스(SMS)를 통해 받아본 문자 메시지.

우선 공공기관의 미세먼지 알림 문자를 받기 위해선 직접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알림을 받기 위해선 서울시 사이트에 가입한 뒤 ‘서울특별시 대기환경정보’ 사이트(http://cleanair.seoul.go.kr/)를 통해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전화나 다른 방법은 사실상 없고 직접 인터넷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알림서비스를 문자로 받아보는 서울 시민은 2만7000명에 불과하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문자 서비스도 실시간 대기오염도 공개 사이트 ‘에어코리아(http://www.airkorea.or.kr/)’에서 ‘고객의 소리’>‘문자서비스’ 항목을 찾아 들어가 신청해야 한다. 서울시 대기관리과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서울시 사이트에 가입해 개별적으로 신청한 경우에만 알림문자를 받아볼 수 있다”며 “황사와 달리 미세먼지는 재난상황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재난문자처럼 일괄적으로 보낼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1급 발암물질이 대기중에 위험수준으로 존재하지만 법적으로 ‘재난상황’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알리고 있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신청 후 문자를 받는다 하더라도 알림내용은 부실하다. ‘에어코리아’와 서울시 알림문자 모두 미세먼지 나쁨, 매우나쁨 등 경보 여부와 발령시간 등만 알려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 알려주지 않는다. 자세한 정보에 대해선 사이트 자료를 참고하라는 안내뿐이다.

서울시 문자의 경우 실외활동 및 외출 자제, 자동차 운행 자제, 황사마스크 착용 등 비교적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안내해주지만 의학적인 내용은 없다. 때문에 시민들은 미세먼지가 단순히 호흡기 질환에 안 좋은 줄로만 알고 ‘암 유발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경석 환경정의 대기센터팀장은 “미세먼지는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 시민들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며 “그래도 공공기관에선 그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시민들도 미세먼지 문제를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 주의 예보도 재난문자 서비스처럼 공공기관이 통신사와 협력해 일괄적으로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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