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황금연휴에 뭐하세요 ④]“RC카와 달리고 VR에 빠지고…혼자라도 외롭지 않아요”
뉴스종합| 2016-05-05 11:34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황금연휴가 펼쳐졌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여행 계획을 세워 하나 둘씩 서울을 떠나가고 있다.

나흘간의 황금연휴이지만 서울 외곽으로라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홀로족들이다.

프로야구 경기는 50% 할인을 하고 놀이공원, 수목원 등도 무료 개장을 하지만 쌍쌍커플들과 단란한 가족들 사이에서 집밖에서 연휴를 즐기는 것 자체가 민폐처럼 보인다. 직장생활은 한 지 2년도 채 안된 나홀로족 이 모(32)씨는 이번 황금연휴에 별다른 계획을 잡지 않았다. 

<사진 123RF>

별다른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 놀기 혼자 밥먹기 이미 몇 년째.

최근에 나홀로족들이 늘면서 1인용 식당이 늘고 있다. 또 요리 고수들의 레시피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한끼식사를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또 나홀로족을 무시(?)하는 양 많고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채소도 이제는 나홀로족들을 위해 미니 포장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 귀찮아서 밥을 해먹기 싫으면 편의점에 가면 순대국밥부터 콩나물 국밥까지 간편조리식품이 진열돼 있다. 혼자 식당에서 눈치(?)를 보면서 먹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나혼자 밥먹기 프로급이 된 이 씨는 나혼자 놀기와 같이 놀기에도 프로급이다.

이 씨는 취미가 몇 가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이 키덜트와 IT분야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VR(가상현실)기기를 몇 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호기심에 구입한 이 씨는 이 기기에 푹 빠졌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VR게임을 다운받아 혼자 있는 시간에 외롭지 않게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아바타 등도 VR기기를 통해 영화감상까지 즐기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 씨는 “혼자 있을때 기껏하는게 컴퓨터 게임이나 직장생활을 하다 놓친 TV프로그램 무한 시청이었다”면서 “이젠 VR기기를 통해 새로운 나혼자 놀기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혼자 놀기에 지겨우면 RC(무선조종 자동차)를 가지고 한강이나 용산아이파크몰에 나간다. 혼자서 RC카를 들고 나가지만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 자연스레 RC친구가 된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외로움을 느낄 시간 적인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이 씨와 같이 나홀로족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취미를 가지면서 자연스레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동호회에 가입하게 된다. 어느순간 밀려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같은 주제로 같은 사람들끼리 얘기하다보면 가족애가 싹튼다. 그리고 두렵고 외로웠던 ‘빨간날’이 이젠 ‘기대’라는 단어로 바뀐다.

이 씨는 “나혼자 놀기와 같이 놀기에 푹 빠지면 혼자 있는 것도 외롭지 않다”며 “이번 황금연휴에도 RC카와 VR기기와 함께 즐거운(?)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씨와 같이 그나마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나홀로족들과 달리 경제적으로 어려움으로 인한 비자발적인 나홀로족들은 더 많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살면서 빈곤과 사회적 고립에 시달리는 1인 가구들이 대다수다. 2008년 국토해양부의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1인 가구 중 49.9%가 월평균 소득 93만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소득이 179만원 이하의 비율이 전체의 78.8%다. 1인 가구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골드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1인 가구들이 빈곤에 빠져 있는 상태라는 얘기다.

이들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1인가구를 위한 정책수립이 절실하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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