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밤중 찾아와 ‘사무실 방 빼라’…“부당해고”
뉴스종합| 2016-05-05 12:01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명확히 해고라 말하지 않아도 사무실에 거주하는 직원에게 ‘방을 빼라’며 퇴거조치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부(부장 유진현)는 이모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를 각하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대전 소재 근로자 10명 규모 회사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이 씨는 2014년 9월 회사대표로부터 “방을 빼라”는 요구를 받았다. 당시 이 씨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던 터라 회사 건물 1층 사무실을 숙소 겸 사무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날 이 씨와 대표이사는 오전 회의에서 언쟁을 벌였다. 같은 날 오후 11시에 대표이사는 이 씨를 찾아와 “방을 오늘 빼라”며 요구했다. 이 씨가 밀린 임금을 달라 요구했지만 대표는 “일단 방을 빼고 말하라”며 일관했다. 대표는 직원들을 시켜 이 씨의 짐을 사무실 밖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폭행 시비가 붙어 이 씨가 다치기도 했다.

이후 이 씨는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회사를 상대로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이유로 진정을 냈다. 이에 회사 직원으로부터 ‘결근 중이니 같은 달 2일자로 출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이 씨는 “대표이사의 공식문서를 통해 밀린임금 지급과 폭행방지, 주거해결을 약속하라”고 요구 했으나,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고 정해진 기일까지 복직하지 않을 경우 복직 의사가 없다고 간주하겠다”는 회사측 답변을 받았다.

이 씨는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퇴거요구가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표이사가 이 씨에게 형식적으로 ‘회사에서 나가달라’는 등 근로관계 종료를 의미하는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씨가 퇴거요구를 근로관계 종료로 이해하고 체불임금을 달라고 항의했지만, 사측이 퇴거를 일방적으로 요구한 사정에 비춰보면 양측 모두 퇴거요구가 근로관계 종료를 의미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단지 사무실에서 퇴거를 요구하는데 굳이 늦은 밤 직원을 동원해 강제로 물건을 들어내고 이 씨에 상해를 가했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해고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이같은) 퇴거요구는 이 씨의 의사에 반하고 회사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이뤄진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인 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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