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제2의 국회? 여의도 ‘오찬 정치’의 무대
뉴스종합| 2016-05-05 16:25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여의도에서는 식사(食事)도 정사(政事)다. 국회의사당 근처 여의도 식당가는 의원들이 정치력을 다투는 제2의 국회와 다름 없다. 총선이나 전당대회 등 굵직한 현안이 부상할 때 여의도 식당가는 분주해진다. 정치인들이 세력을 모으거나 당내외 의견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오찬을 애용하기 때문이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4월 말께 여의도에서 20대 국회 서울지역 당선자, 여성 당선자들과 오찬을 주재했다. 당시 공식 출마 선언은 유보한 상태였지만 정치권에는 나 의원이 당선자들에게 우회적으로 지지를 호소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으로 골머리를 앓을 당시 빈번히 오찬을 가졌다. 상임고문, 4선 중진의원들과 연달아 만나 당의 위기를 극복할 복안을 듣겠다는 의도였다. 원 의원은 지난 22일 “21일 상임고문, 25일은 중진의원들, 26일에는 당선인 워크숍에서 종합적으로 말씀을 듣고 차기 원내대표에게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누구와 식사했나’가 아니라 ‘누가 식사에 빠졌나’가 뉴스가 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달 21일 4·13 총선을 도운 당 ‘더컸유세단’ 일부 인사와 오찬을 가졌을 때 유세단장인 정청래 의원과 단원인 김용익 의원이 불참해 여러 말을 낳았다. 김 의원은 이튿날 자신의 트위터에 “문재인 대표가 더컸이 수고했다고 밥을 사셨는데 정청래 의원과 저는 컷오프를 당하고 김광진·장하나 의원은 시간이 안 맞아 셀프 컷오프하고 나머지 일부 인사와 보리굴비를 드셨다고 한다”고 적어 아쉬움을 표현했다. 정 의원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 선약으로 불가피하게 그냥 저 없이 하시라고 했다”며 불참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메뉴도 주목거리다. 의원들이 모여 뭘 먹는지에도 정치적 해석이 무궁무진하다. 최근 여야 원내대표의 ‘냉면 회동’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4일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이종걸 더민주 전 원내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들은 여의도 한 냉면집에서 민생ㆍ경제 법안 논의를 위해 오찬을 열었다. 이날 원 전 원내대표 측은 “(여야 3당이) 화합해 모든 정책을 잘 버무려 내겠다는 뜻의 ‘비빔냉면’과 국민들에게 시원한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물냉면’을 파는 냉면집에서 회동했다”고 메뉴에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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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스 빌딩의 한 중식당에서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서 20대 총선패배와 관련한 인사말에 앞서 허리를 90도 숙인 채 인사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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