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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비정상회담 ①] 신선했던 출발→ 시청률 2%대 추락…전환점 올까
엔터테인먼트| 2016-05-06 08:40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2014년 7월 돌연 등장해 방송가에 외국인 예능 붐을 일으켰다. 연예인도 평범한 일반인도 아닌 국적이 다른 열두 명의 외국인이 한 시간을 끌어간다. 형식은 토론, 주제는 각국 청년들의 고민. 12개국의 문화와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발상은 내내 각광받았다. 100회를 앞둔 지금 ‘비정상회담’(JTBC)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스튜디오 토크쇼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출발은 신선했다. 신변잡기만 늘어놓는 연예인 토크와는 달리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교훈도 더했다. 다문화에 관해서라면 폐쇄성이 짙었던 한국 문화에 다양성을 심어준 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이자 성과였다.
[사진제공=JTBC]
[사진제공=JTBC]

웃고 떠드는 재미를 추구하진 않았으나 예능의 재미도 손색 없었다. 외국인 패널들의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말투와 행동이 웃음을 자아냈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등 세 MC의 입담도 볼거리였다. 국적이 다른 패널들의 국가를 건 자존심 대결도 흥미로웠다. 중국 패널인 장위안의 ‘중국 부심’은 트레이드 마크가 되기도 했다.

기존 예능에선 볼 수 없는 스타와 인사들이 한국대표로 나와 매회 다른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표창원, 나경원 등 정치인부터 최근에는 윤여정 정우성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12명의 외국인 출연자와 세 MC, 게스트까지 열 여섯 빛깔의 재미를 만들어 냈다. 2014년 17회에서 최고 시청률 7.5%(닐슨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회차를 거듭할 수록 신선함은 반감됐다. 낯설어서 더 참신했던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다. ‘다름’과 ‘차이’에서 왔던 재미도 그만큼 줄었다.

설상가상 악재가 이어졌다. 독보적인 ‘토론 유발자’로 군림했던 터키 대표 에네스카야가 총각행세 논란에 휩싸였다. 에네스카야는 “(총각행세를 했다고 폭로한 여성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얼굴조차 본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폭로는 끝이 없었고, 성난 여론을 돌이킬 수 없었다. 에네스카야는 프로그램을 떠났으나, ‘비정상회담’은 시청률 하락의 후폭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위기는 한번 더 찾아왔다. 에네스카야 논란이 일었던 같은 해 말, 타쿠야 대신 녹화에 참여한 일본 대표를 소개하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했다. 이 사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설치 이후 최다 민원인 1100건의 민원이 제기됐을 만큼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방송사 재승인 시 감점대상이 되는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시청률은 3%대까지 떨어졌다.

거듭되는 논란 속에 1주년을 기점으로 제작진은 패널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12명의 패널 중 6명을 교체했다. 하지만 이미 하락 곡선을 그린 시청률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시청자들이 저마다 애정을 가졌던 멤버들이 교체되면서 오히려 반감을 사기도 했다. 새로운 멤버들은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쇄신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기존의 패널들이 ‘식상’해질 무렵 시청자들이 잘 모르는 나라를 소개하는 코너를 통해 다양성을 넓힌다는 전략을 세웠다. ‘뭔?나라 이웃나라’ 코너다. 이 코너에선 무려 30개국 일일 비정상이 출연했다. 단발성 출연자의 흡인력은 약했다. 최근 방송은 2%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정상회담은 오는 30일 ‘100회’ 방송을 맞는다. ‘100’이란 숫자는 현재 ‘비정상회담’에게 익숙함과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숫자로 읽힌다.

제작진도 변화에 대한 고민이 깊다. 앞서 지난 3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열린 ‘100회 기자간담회’에서 김희정 PD는 “시청자들이 밋밋하다고 느끼고 초심을 잃었다고 본다면 그건 저희 잘못”이라며 “포맷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새로운 코너를 시도했듯이 지금이 변화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기”라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초반 외국인들이 나와서 한국말을 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게 새롭고 재미있게 다가왔는데 이제 소재가 고갈되다 보니 다른 예능들처럼 개인기를 보여준다거나 농담 따먹기 식으로 흘러가 시청자들도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을 계속 해줘야 하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더욱 늘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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