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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nsight-이영선KOTRA 상파울루무역관장] 아마존 체계와 질서, 진보의 체계
뉴스종합| 2016-05-16 11:10
작년 브라질에 주재하는 기업들과 함께 아마존의 한 원주민 섬마을을 방문했다. 원주민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상의는 벗은 채 악세사리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치마스타일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추장은 우리 일행에게 자신들의 생활, 결혼, 지도자 선출 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단체로 환영의 춤을 췄다.

원주민들의 생활은 과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현재의 원주민들은 관광업으로 번 돈으로 가까운 육지도시로 나가 필요한 물건을 정기적으로 구입한다. 과거부터 외부와의 접촉이나 문물의 도입은 마을 공동체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마을 지도부의 거부감도 있었을 것이다. 원주민들이 하나둘씩 육지도시로 나가기 시작하면 마을이 없어질 수도 있어 뭍으로 유학가려는 사람은 배신자로 찍혔을 것이다. 

아마존 강 유역의 마나우스시에는 한국의 유명 전자업체의 생산공장이 있는데 핸드폰, HD TV, 노트북 등을 생산한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마주한 브라질 생산직 노동자는 수동적이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직선상의 컨베이어보다 원형 방식의 조립라인을 만들어달라는 노동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생산라인의 공간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높아졌다. 첨단 전자업체의 현대식 경영체계가 브라질 노동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셈이다.

최근 브라질은 지우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구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TV의 아침 방송은 탄핵을 주장하는 정치인과 반대하는 정치인 인터뷰로 시작한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주요 정치인들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니 대목을 만난 듯했다.

브라질이 겪고 있는 정치ㆍ경제의 문제는 불안정한 체계의 결과라고 봐야한다. ‘관념적 틀’, ‘물리적 틀’, ‘인적 원형’으로 구성된 체계의 불합리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큰 나라여서 각종 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나 브라질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브라질 국민들은 불합리한 경제.사회 체계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브라질이 국가의 체계를 합리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것이다.

일찍이 브라질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를 이미 보여줬다.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프랑스의 한 실증주의 철학자의 모토인 ‘사랑으로 시작해서 질서로 기초를 다지며, 진보를 목표로 한다.’는 ‘질서와 진보(Ordem e Progresso)’ 라는 글자를 국기에 써 넣었다.

국가체계의 변화는 시간이 필요하다. 큰 나라일수록 더욱 그렇다. 브라질,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캐나다, 호주와 같이 큰 나라들은 경제적으로 우리가 줄 것 보다 받을 것이 더 많다. 이중에서도 우리가 외교, 군사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브라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브라질이 겪고 있는 정치와 경제의 체계 변화과정을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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