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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법정관리] 세계 4위 조선사의 몰락… 종말 맞은 ‘강덕수 신화’
뉴스종합| 2016-05-25 09:51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STX조선해양은 한때 세계 4위 조선사로, 국내 재계 순위로 13위까지 올랐던 자수성가형 대기업이 법원 관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채권단은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을 포기한 것은 4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조차 벗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2013년 자율협약 신청 이후에 투하된 자금은 밑빠진 독에 부어진 물과 같았다. STX조선의 빚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9000억원에 이른다.

STX조선이 ‘막장’에까지 이른 것은 무리한 사세 확장과 과도한 투자 등이 총체적인 부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SPP조선, 현대미포조선 등과 함께 STX조선의 주요 수주 선종인 중형탱커(MR·40~50K급) 시장에 중국 조선사들이 집중적으로 뛰어들면서 선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업황이 좋을 때는 순풍에 돛을 단 듯했지만, 위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결국 기업의 마지막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STX조선은 지난 2013년 5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를 맞았다. 채권단이 4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STX조선은 2013년 1조5668억원, 2014년 3137억원, 2015년 210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조선 시장점유율도 해마다 급감했다. 중국 조선사들의 거센 추격으로 신규 수주가 씨가마르자, 수주 잔량 감소의 폭과 속도도 가팔랐다. 수주잔량은 2013년 791만GT 2014년 439만GT, 2015년에는 425만GT로 줄어들었다.

STX조선은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한다는 구조조정 계획 아래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채권단 공동관리이전 3600여명이던 정규직 직원은 올해 1분기에는 2081명으로 줄었다.

STX조선의 몰락은 결국 강덕수 전 회장의 성공신화가 침몰했음을 의미한다.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해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인수했고 오너가 됐다. 그는 IMF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이 해체되자 강 전 회장은 쌍용중공업 주식을 사모았다. 그는 한누리컨소시엄이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뒤 강 전 회장은 대표이사로 올랐고 스톡옵션을 받아 이를 행사했다. 한누리컨소시엄이 보유했던 쌍용중공업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01년 5월 그는 STX그룹을 일으켰다.

강 전 회장의 성장 전략은 인수합병이었다. 쌍용중공업은 2001년 쌍용중공업(STX중공업)을 인수했고, 대동조선(STX조선), 산단에너지(STX에너지),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등도 줄줄이 STX 그룹 우산 아래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전세계 경기가 급랭했고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분야는 조선·해운 등 바다 관련 산업이었다. 조선과 해운 특화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부채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났고, 잘나갈 때 현금 창고 역할을 했던 기업들은 줄줄이 부실에 신음했다. 확장 경영과 공격 경영은 위기 대응엔 약했던 셈이다.

강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4월 구속기소됐고, 2015년 10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분식회계 혐의 등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덕이다. 그러나 2016년 5월 STX조선이 법정관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강 전 회장이 이뤘던 샐러리맨 신화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됐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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