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싱글맘의 독백·내밀한 개인사…정새난슬의 솔직함이…
엔터테인먼트| 2016-05-31 11:32
첫번째 정규앨범 ‘다 큰 여자’ 발표
결혼·이혼 등 서른다섯해 여자로서의 삶
‘오르막길’등 11곡에 솔직히 담아 ‘매력’
‘정태춘-박은옥의 딸’ 때론 부담
“작은 클럽공연서 관객과 소통하고파”



가수 정태춘과 박은옥 부부의 딸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싱어송라이터인 정새난슬(35)이 첫번째 정규앨범 ‘다 큰 여자’를 발표했다. 모두 11곡이 실려있는 앨범은 사랑과 이혼, 산후우울증 등 자신이 직접 겪었던 내밀한 개인사를 노래로 풀어냈다. 노래를 듣다 보면 자기 고백적이고 시적인 가사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서른 살 때 기타를 배워 차곡차곡 만든 곡이에요. 기타 코드를 6개 정도 알고 있고 작사 작곡을 할 수 있는 수준이죠. 멜로디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요. 가사를 쓰고 싶어 노래를 만들었어요. 아빠도 가사부터 쓰고 멜로디를 붙이더라고요. 가사가 우선이고 그 다음 멜로디를 구성해요.”

정새난슬의 스타일리시한 멜로디와 단순한 코드진행의 음악적 표현력이 합쳐져 새로운 포크의 느낌을 준다. 지난해 11월발표한 EP ‘클랩함 정션으로 가는 길’ 수록곡 5곡과 타이틀곡 ‘오르막길’ 등 신곡 6곡들로 구성돼 있는데, 모두 서사에 충실한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 다양한 음악어법의 편곡이 가미돼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솔직한 가사’는 정새난슬 노래의 최대 매력이다.

‘알았지, 너를 떠나가리라/오직 당신 뿐인데/너의 단어 너의 눈빛 모두 상처가 되네’(오직 당신) ‘다 큰 여자 내게 왔네 이름 없는 짐승 같아/눈을 감고 속삭이네 이제 진짜 시작이야/거울을 부술 준비가 돼 있나/눈물의 그림자 밀치고 때려서/(중략)난폭하고 부드럽게/격렬하고 조용하게 일어나서 춤을 추네’(다 큰 여자)

싱어송라이터 정새난슬은 이혼녀, 싱글맘으로 살며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오직 당신’은 흩어진 사랑의 운명을 노래하고 있고, ‘다 큰 여자’에서는 우울함에 빠져 침몰하느니 입 벌린 상처로 노래하겠다는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정새난슬은 지난해 남편인 펑크밴드 보컬과 이혼한 후 딸 서하와 친정서 지낸다. 산후우울증을 겪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녀는 그런 과거의 심정이나 현재의 마음상태를 노래에 솔직하게 담았다. 딸에 대한 애정이 함께 자라면서 지금은 호전된 상태다. 내밀한 그녀의 성장 이야기는 최근 ‘다 큰 여자’라는 동명의 에세이집으로도 출간된 바 있다.

“우울증은 약물치료, 심리치료, 가족들의 지지, 이 세 가지가 선순환구조를 이뤄야 치료가 된다고 해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재밌는 사람은 27개월된 딸이에요. 현재 제 삶의 의지를 키워주는 건 딸이죠. 정말 웃겨요.”

정새난슬의 음악은 부모를 벗어나 생각할 수 없다. 이번 음반에도 아버지 정태춘은 공동편곡자로 참가했다. ‘시인의 마을’ ‘촛불’ ‘떠나가는 배’ 등의 히트곡을 남긴 정태춘-박은옥 부부는 초기에는 토속적이고 서정적인 포크를 부르다가 운동권적인 가수로 활동했다. 정태춘은 음반 사전심의 철폐운동을 주도한 가수이기도 하다. 정새난슬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음반 사전심의 철폐 기자회견 전날 ‘아빠가 안기부에 끌려가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정새난슬의 첫 번째 정규앨범 ‘다 큰 여자’ 재킷 사진.
“부모가 가수지만 막상 제 친구들은 잘 몰라요. 부모가 연예인인데 아닌 것 같았어요. ‘촛불’은 우리집을 살게 해준 곡이지만 싫어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음반 사전철폐 등 세상 부조리와 싸우는 부모를 통해 집에서 습득한 문제의식과 비판적 시각은 실제 제 생활과 괴리가 있었어요. 그런 건 제 주위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어요.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컸어요.”

정새난슬은 어릴 때 공부도 별로 안 하고, 놀지도 잘 못하는 찌질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했다. 대신 만화와 소설을 섭렵하면서 내면을 키웠다.

“어머니에게 가창력을 물려받지 못한 컴플렉스 덩어리였어요. 그래도 아버지로부터는 그림 등 손재주를 물려받았고, 어머니에게는 걱정 많이 하는 것과 큰 키를 물려받은 것 같아요.”

정새난슬은 아버지가 요즘도 여전히 공연을 다니고 있고 한문과 서예, 가죽공예, 색소폰, 클라리넷을 익히고 한시를 쓰면서 선비처럼 지낸다고 전했다.

정새난슬에게 노래는 집앞에 있는 작은 텃밭 같은 존재라고 했다. “토마토도 심었다가, 참외를 심기도 해요. 아빠는 소나무를 심은 듯한 느낌이죠. 재능의 크기는 다 다르니까요.”

런던 첼시칼리지에서 조각을 전공한 정새난슬에게는 몸에 타투(문신)가 여러 개 있다. 타투에 대한 혐오감이나 호기심 때문에 겪은 황당한 경험도 많다.

“타투 때문에 악플도 경험하고 침을 뱉는 경우도 당해봤어요. 타투로 그런 시선을 받는다면 장애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연결되더군요. 타투를 한 사람을 멋있게 봐달라는 게 아니라 타투를 불쾌하게 응시하지 않는 사회, 서로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이 됐으면 해요.”

정새난슬은 앞으로 작은 클럽 공연을 많이 해 맷집을 키워나가겠다고 했다. 관객이 몇 명 되지 않아도 반응을 보고 바로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 “아직은 미숙해요.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까보다는 제가 무대에 설 때 어떤 페르소나를 가지게 될까가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봐요. 무대 위에서 확고한 페르소나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너무 달라요. 아직 무대에서 나 자신을 의식하는 단계인데, 무대위에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나야 해요.”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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