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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김정관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아프리카와의 동행
뉴스종합| 2016-06-08 11:14
“TIA! (This is Africa!)” “여기는 아프리카야. 아무리 애를 쓰도 여기를 바꾸지는 못해” ‘블러드 다이아몬드’ 라는 영화에서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밀수업자 디카프리오가 미국 여기자에게 한 말이다. 체념과 냉소가 서려있다. 그런 아프리카가 ‘하쿠나 마타타(It will be O.K.)’로 표현되는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은 2001년 이후 매년 5~6%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11~2015년간 ‘고속성장 10개국’에서 중국, 인도, 베트남을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을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국가가 차지했다. 특히 저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경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다른 대륙의 나라와 달리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 동아프리카 국가는 별다른 천연자원 없이도 경제성장률이 5~10%에 이른다.

이런 변모는 아프리카의 역동적인 젊은 층을 일컫는 ‘치타 세대’가 이끌어 가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인구 11억 7000만 명의 70% 이상이 25세 미만이다. 치타 세대는 IT와 모바일기기에 능숙하고 소비성향이 높다. 변화에 민감하고 열정적이며 능동적이다. 식민 시대의 상실감과 무력감에 젖어있는 50대 이상의 ‘하마 세대’와 자리바꿈하면서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서 아프리카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 기업을 일컫는 유니콘도 아프리카에서 탄생했다. 아프리카 최대의 이커머스 업체인 주미아의 모기업인 AIG(아프리카 인터넷그룹)가 그 주인공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의 거품이 꺼져가고 있는 중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인근의 콘자 테크노시티에서는 ‘사바나 실리콘밸리’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은행’이라는 기존 오프라인 단계를 건너뛰고 최첨단 모바일 뱅킹을 도입할 만큼 IT에 관심이 높은 케냐는 이 신도시에 산업단지, 대학 등 기반시설을 지어 신흥 IT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급속한 도시화의 진전과 중산층의 확대 속에 케냐의 ‘비전 2030’, 에티오피아의 ‘2차 국가성장계획’, 우간다의 ‘Vision 2040‘ 등 각국의 경제개발 계획들이 속속 추진되면서 아프리카를 찾는 해외 기업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중국과 일본은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왔고, 예전에 아프리카를 지배했던 유럽은 현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지난해 아프리카 54개국에 대한 수출액은 76억 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수출액(77억 달러) 보다도 적다. 아프리카 전체에 대한 투자도 현재까지 38억 달러에 불과해 아시아에 대한 투자의 3% 수준이다.

이제 아프리카를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봐야 한다. 내전과 쿠데타로 총성 멎을 날이 없었던 아프리카는 이제 정치적 안정 속에 경제도약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잘 살아보자는 의욕도 넘치고 있다. 새마을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우리의 1970년대를 보는 것 같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내밀 수 있는 카드도 많다. 섬유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은 물론 농업, IT, 신도시 건설, 교통, 물 관리, 위생, 의료 등 아프리카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우리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세계최빈국에서 경제강국으로 발전한 우리의 성장경험을 배우려는 열망이 높다. 장기간 식민지 역사를 경험한 아프리카는 중국의 신식민주의적 자원 외교와 현지 진출방식에 불안감을 갖고 있어 한국과의 협력에 우호적이다.

멀지 않아 아프리카는 꿈과 희망의 대륙으로 변모할 것이다. 체념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과거의 아프리카를 “That was Africa.”라고 회상하게 될 것이다. 세계 최빈국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우리가 아프리카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신뢰의 동반자로서 아프리카와의 동행에 적극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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