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데스크칼럼-김필수] ‘30년 전의 거북스러운 옷’
뉴스종합| 2016-06-29 11:15
6월29일이다. 29년 전인 1987년, 민주화선언이 있었던 그날이다. 고등학생이던 필자는 수업시간(무슨 과목인지 가물가물하다)에 ‘6ㆍ29’를 전해 들었다. 선생님은 “이제 됐다”며 눈물까지 그렁그렁하며 감격스러워했다. 6ㆍ29선언은 개헌과 동의어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선언의 뼈대였다.

29년 만에 ‘87년 체제’의 변화가 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개헌 논의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인 현재의 권력구조와 대통령 임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 내에 비등하다. 여야를 막론한다. 4년 중임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대안이 봇물을 이룬다. 일리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국가 전반에 걸쳐 강산이 무려 세 번 바뀌었다. 30년 전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입기엔 아무래도 어색하다. 권한을 틀어쥔 대통령이, 몰라보게 커진 국가를 여전히 홀로 통치하려는 건 무리가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의 엇박자도 해소해야 한다. ‘선거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선거일정이 숨가쁘다. 이번에도 올해 총선, 내년 대선, 후년 지방선거가 이어진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흔들기 쉽상이다. 특히 올해는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돌발변수까지 겹쳤다. 경기전망은 어두워졌다.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에, 10조원 이상의 재정 투입이 확정됐다. 금리도 계속 내릴 분위기다. 경제에 끼이는 거품이 불가피하다. 물론 브렉시트 이하 거품생성까지가 선거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하니 우려하는 것이다.

개헌 반대 의견도 있다. 대안들의 헛점 때문이다. 이 헛점들의 일부는 제시 주체들의 불순한 의도(집권 욕심)와도 맞닿아 있다.

임기의 엇박자를 해소해 보자는 4년 중임 대통령제는 무소불위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킬 수 없다. 중임을 위해 포퓰리즘적 정책이 난무할 가능성도 크다. 의원내각제는 반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제이지만, 실제로는 국회가 대통령 발목을 잡을 정도로 막강하다는 지적이었다. 의원내각제는 이런 국회에 더 힘을 실어준다. 이원집정부제는 중간지점이다.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내치(內治)는 총리가 맡는 구도다. 합리적 업무분담이취지다. 뒤집어보면 어설픈 타협에 그칠 수 있다. 국정 혼란의 일상화가 우려된다.

개헌 반대 논리는 정연하다. 하지만 꼬집자고 치면, 흠 없는 제도가 어디 있을까. 역대 정권마다 개헌을 얘기하다 흐지부지됐다. 안되는 이유를 족족 갖다 붙이면 이번에도 산을 넘기 어렵다. 마음먹고 달려들어도 지난한 과정(국회특별의결과 국민투표)과 엄청난 과제 해결(권력구조 변화에 따른 부수작업 등)이 전제돼야 가능한 게 개헌이다. 국회의장이 총대를 맸고,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도 개헌은 최대 화두일 것이다. 곧 맞이할 숙제라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게 맞다.

집권여당이 대통령만 바라보는, 삼권분립이 흐릿해진, 그리고 무엇보다 30년 전의 옷이 영 거북스러운 지금의 체제에 왜 더 매달려야만 하나. 국가의 운명이 걸린 위중한 일이다. 언제까지 돌다리만 두드리고 있을 것인가.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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