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19~20대 국회 185회 본회의 중 180회 지각…정시 출근은 단 5차례
뉴스종합| 2016-07-21 08:47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지금 바로 본회의가 시작되겠습니다. 의원님들은 본회의장으로 속히 입장해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드 긴급현안 질문. 어김없이 안내방송이 연이어 울렸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 각 부처 장관은 일찌감치 자리에 앉았다. 이미 시곗바늘은 예정 개의시각인 오전 10시를 넘기고 있다. 연이은 ‘독촉 방송’에도 익숙한 듯 본회의장으로 들어오는 의원들의 발걸음은 느긋했다.

느긋한 이유는 명확하다.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21일 2012~2016년 현재까지 19~20대 국회 본회의 회의록에 기재된 개의 시각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185회 본회의 중 정시에 개의한 본회의는 단 5차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본회의는 국회 최고 권위의 결정기구이자, 전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다. 만성화된 ‘묻지마 지각’은 국회 스스로 본회의의 권위를 실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9대 국회부터 20대 국회 현재까지 총 185회 본회의 중 오전 10시에 개의가 예정됐던 본회의는 95회. 그 중 10시 정각에 시작한 본회의는 3차례 뿐이다. 37회는 5분 이내, 38회는 10분 이내에서 지각 개의했다. 11분 이상 최대 20분까지 지각한 횟수는 8회, 20분 이상 지각한 본회의는 9회로 나타났다. 정시에 시작한 3차례 본회의는 모두 박 대통령 시정연설이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지키면서도 정작 본인 스스로 뽑은 국회의장에 대한 예의는 도외시하는 국회다. 매번 본회의마다 국회의장은 정시 이전에 입장해 성원을 기다린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본회의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 관련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많은 빈자리가 눈에 띈다. 본회의장 내 시계는 이미 예정 개의 시간을 넘기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지각을 하더라도 정당 대표급이 발언대에 오르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대부분 ‘5분 이내 지각’으로 준수(?)했다. 20분 이상 지각한 9차례 본회의는 모두 대정부질문, 법률안 처리, 정부 임명동의안 등이었다.

오후 2시로 개의가 예정됐던 본회의도 마찬가지다. 총 53회 중 14회가 10분 이내 지각했고, 30분 이상 지각해 개의한 횟수도 13회에 이른다.

이들 본회의는 민감한 현안으로 개의 시간이 연기되거나, 급작스레 잡힌 본회의와 다르다. 지각 사례 다수가 수분 가량 좀처럼‘티나지 않는’ 지각이 대부분인 이유다. 역으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각에 개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본회의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 관련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많은 빈자리가 눈에 띈다. 본회의장 내 시계는 이미 예정 개의 시간을 넘기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통상 본회의에 앞서 각 당은 의원총회를 소집한다. 의원이 한자리에 모이면 공개ㆍ비공개 의총을 거쳐 단체로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식이다. 특정 정당이 입장하지 않으면 본회의 개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기 힘들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본회의가 지각하는 데에는 국회의 낮은 문제인식도 있지만, 각 당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한 이유로 꼽힌다. 한 재선 의원은 “민감한 현안이 걸려 있을 땐 본회의장에 먼저 들어가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기싸움에서 밀린다는 분위기도 있다”며 “개의 시간이 되더라도 경쟁정당이 본회의장에 입장했는지 살펴보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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