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팝콘정치] 당권 저울질하다…체면 구기거나 이름값 높이거나
뉴스종합| 2016-07-28 09:40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찰진 밥 만들겠다고 무작정 뜸만 들여선 안 될 일이다. 내용물이 쌀인지 보리인지 조인지에 따라 달리해야 하고, 용기가 냄비인지 가마솥인지 압력밥솥인지도 가려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먹을 사람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 꼬들꼬들한 밥을 좋아하는지 좀 퍼진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지. 인생도, 밥짓기도 ‘타이밍’이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당권주자들이 설왕설래 끝에 확정됐다. 새누리당에선 6자 대결, 더민주에선 4파전으로 좁혀졌다.

거물급이 빠져 다소 맥빠진다는 평이지만 유난히 최종 주자 선발까지 말들이 많았다. 나올 것이라고, 나온다고 했다가 결국은 중도 포기한 이들이 여럿이었다. 출마만큼이나 불출마 선언이 많았다. 지난 27일 김문수ㆍ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자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도 않았던 분들이 갑자기 불출마 선언은 웬일?”이라며 냉소했다.

자의반 타의반 당권 주자로 거론됐다가 불출마한 인사들은 새누리당에선 친박 핵심 최경환ㆍ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김문수ㆍ홍문종ㆍ홍문표ㆍ나경원 의원 등이 있다. 본인이 직접 출마 여부를 거론했던 것은 아니지만 유승민 의원도 한때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됐다. 더민주에선 김부겸ㆍ박영선ㆍ정청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시 요리를 빗대자면 하나같이 ‘간보기’와 ‘뜸들이기’를 하다가 결단을 내린 셈인데, 득실은 달랐다. 이름값을 높인 이들이 있는가하면, ‘본전 장사’를 한 사람도 있다.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해 체면만 구긴 인사도 있다.

이들 중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뒤늦게 당권 경쟁에 발을 담갔다가 본전도 못 찾고 거둬들인 경우가 됐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SNS에서 “김문수 전지사 당권 불출마 선언! 참 딱하다”라며 “혁신의 깃발은 버리고 친박, 비박 양다리 걸치려다가 낙동강 오리알 되셨다”고 했다. 김문수 출마설이 나오자 정병국ㆍ김용태ㆍ주호영 등 비박계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같은 비박계, 즉 ‘아군’들로부터도 쓴소리는 쓴소리대로 듣고 출마도 못한 채 ‘회군’한 셈이 됐다.

최경환ㆍ서청원 의원은 장고 끝에 불출마로 ‘용단’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최 의원은 친박 핵심으로서, 서 의원은 ‘맏형’으로서의 당내 위상을 재차 확인했지만, 이어 터진 최경환ㆍ윤상현 의원 및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 때문에 득보다는 실(失) 쪽으로 기운다. 총선 참패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 부담이다. 홍문종 의원의 경우는 원내대표에 이어 다시 한번 하마평에만 오르다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뜸들이는 시간이 길어 당원들에 피로감은 줬지만 어쨌든 최ㆍ서 의원을 잇는 친박의 ‘대표급’인사라는 입지는 확인했으니 ‘본전’은 한 셈이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는 “서청원 의원이 출마한다면 나도 맞서겠다”고 한 후, 결국 서 의원과 함께 불출마를 택했다. 친박에 대한 대항마로서의 위상을 굳힌 동시에, 당권 포기로 잠룡에 이름을 올리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남는 장사’였다는 평이다.

더민주에서는 김부겸 의원은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일찌감치 포기 의사를 밝혔다. 대신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서의 뜻은 분명히 했다. ‘명분’도 얻고 ‘잠룡’으로서의 이미지도 두루 각인시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정청래 전 의원의 경우는 원외 인사이지만 자신의 지지세력을 다시 한번 결집시키고 확인하는 계기로 삼았다. 장고 끝에 출마로 가닥을 잡은 이종걸 의원의 경우는 ‘뜸들이기’가 길었지만, 당내 ‘비주류’의 대표주자로서 입지는 굳혔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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