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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졸업생, “학교가 부끄럽다”
뉴스종합| 2016-07-31 09:52
[헤럴드경제] 이화여대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를 설립하기로 하자 재학생ㆍ졸업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화여대 재학생들은 나흘째 본관 앞에 모여 점거농성을 벌였다. 한 졸업생은 “적자가 왜 나고 있는지, 학교의 방안에 학생들의 왜 반발하고 나섰는지 생각해봐달라”라고 호소했다.

미래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 ‘Save Our Ewha’에는 31일 “11시 ‘ 만남의 자리를 갖자’고 학생들에게 학교가 단체문자를 보냈다”라며 “11시 15분 ‘총장이 저희한테 병력 투입 요청을 했어요’라고 서대문 경찰서 관계자가 밝혔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대 홍보팀 관계자는 “경찰 병력은 우리가 부른게 아니다, 학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학교의 주인은 무슨 학생이냐는 교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유튜브 영상 캡쳐]

이들은 시위 상황을 영어로 정리해 올리는 등 미래대학 설립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졸업생은 이날 헤럴드경제에 “적어도 학교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반대 의견이 이정도로 나온다면 들어주고 소통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독재정권도 아니고 경찰 1600명이 뭔가. 학교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있는기관 기능은 사용하지도 않고 또 다른 기관을 만드는 건 설득력이 없다”라며 “다른 대학과 너무 비교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제도를 주입한 다른 대학은 4년제 단과대학으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튜브에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대 교수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학교의 주인은 무슨 학생이냐는 교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는 200여 명의 학생들이 본관 앞에 모여 점거농성을 벌였다. 미래라이프대 신설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심의하던 이날 회의에서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 여론수렴 없이 졸속으로 직장인 단과대 설립을 추진한다’며 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농성에 나섰다.

이들의 농성으로 본관에서 회의를 하던 교수 4명과 교직원 1명이 본관에 갇혀있다가 30일 낮 12시쯤 학교측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학생들을 밖으로 끌어내면서 46시간만에 나갈 수 있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기만적인 미래대학 설립 강행에 대한 재학생 및 졸업생 성명서 전문]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은 미래대학 설립 강행에 강력히 반대한다.

-학생 의견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을 규탄한다.

-학교는 미래라이프사업을 즉각 철회하라!

최근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준식)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원장 기영화)은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를 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추가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이화여자대학교는2016년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사업)에 선정되어 미래라이프(LiFE) 대학(이하 미래대학)이라는 명칭의 단과대학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서는 이번 미래대학 신설의 명분을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입’과 ‘여성 평생학습자의 고등교육 수요 증가’라고 밝히고, 본 사업은 이러한 수요에 따른 ‘여성 특화형 운영 모델의 도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근본적인 교육 제도의 변화 없이 무분별하게 남발된 졸속 교육 정책에 불과하다. 본 사업은 학교 전반의 구조와 관련한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화여자대학교의 사업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본 사업을 강행했다.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은 학내 주요 구성원인 학생 및 교수진에게 본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고지하지 않았으며, 단 한 번도 여론을 수렴하지않았다. 이러한 행태는 기존 프라임/코어 사업, 신산업융합대학 신설 등에서부터 계속되어온 바, 이화여자대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 일동은 학교의 전통을 실추하는 사업 추진을 비롯, 학교 측의 일방적인 졸속 행정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하나. 본 사업은 학교 본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이다. 학교 본부는 단과 대학을 새로 개설하는 중대한 사안에 있어 학내 가장 주요한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을 단 한 번도 수렴하지 않았다. 이는 미래 이화인을 꿈꾸는 예비 입학생을 비롯해 이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재학생/졸업생을 기만한 처사다. 구성원 대상 사전 의견 수렴 없이 불투명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본교의 처사는 이미 파빌리온, 프라임/코어 사업 때부터 이어져 왔기에 더욱 규탄해 마땅하다. 정책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고지하지 않은 채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졸속 처리된 본 사안은 ‘미래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명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하나. 최경희 총장은 취임 이후 많은 사업들을 이와 같이 독단적으로 강행한 바 있다. 학내 많은 구성원은 최경희 총장이 시행하는 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으나, 이러한 의견은 교수 및 총장의“4년 주기로 졸업하는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냐”, “쉿, 이제 그만할 것” 등의 망언으로 무시되어 왔다. 총학생회가 아닌 이화의 재학생, 졸업생 일동은 본 사업에 대한 평화적인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평화적인 시위이며, 참여한 학생들은 누구의 주도도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러나 본 시위에 참여한 총학생회는 “스펙을 쌓으려는 통진당원”, “빨갱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있고, 학교는 경찰을 투입해 평화롭게 농성중인 학생들을 무력으로 제지하려 했다.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 모욕하며 강행된 졸속·밀실 행정은 절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 또한 많은 학생들에게 상해를 입힌 본 사태의 모든 책임은 총 책임자인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져야 할 것이다.

하나. 서주영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본 사업에 지원한 이유가“돈이 없어서”라고 밝혔고, “작년 학교의 재정 적자가 1,100억 가량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화여자대학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8천억 가량의,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야 할 자금이 그 사용처와 경위도 모른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본부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국가 사업에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 학교본부는 그 많은 적립금과 이자가 어디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밝혀야만 한다.

하나. 교육부에서 지원받은 금액과 진행 과정에 대한 정보 또한 불투명하다. 신입생 모집 한 달 전인 지금까지도 명확한 선정 기준, 추진 부서조차 없다. 수 많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며 항의하고 있으나 학교본부는 사업의 책임자와 책임 부서도 마련하지 않고 “뚜렷한 계획이 없다”는 답변만을 일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하나. 이렇듯 구성원의 반발이 심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최경희 총장의 비리와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혹이 있다. 2015년, 부총장이 학교의 공금을 횡령해 개인용 명품 가방을 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고 이는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뿐만 아니라 개인 비용으로 학교의 자금을 사용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조사를 제대로 시행하거나 의혹을 해결하기는 커녕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한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 지원사업의 추가 신청 전, ‘학내 구성원과의 합의’와 관련된 선정 항목이 갑작스레 변경되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추가신청기간에 신청했고, 정식 신청 기간과 추가 신청 기간 사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 사업의 선발 기준이 완화된 것이다. 본 사업을 주관하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원장 기영화는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생으로 최경희 총장과 가까운 관계일 것으로 예상되는 바, 학내 구성원의 반발을 살 것을 인지하고 선정 기준을 완화한 것이 아닌가? 교육부를 비롯한 국가평생교육 진흥원에서는 선발 기준을 완화한 이유와 근거를 밝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제출한 신청서 상에 해당 항목이 허위로 작성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나. 이화여자대학교에는 여성의 재교육을 위한 평생교육원이 이미 설립되어 있고, 미래대학 내 개설 예정인 전공과 동일한 전공 또한 기존의 학부 과정에 개설되어 있다. 타 단과대학/교육기관과 명백히 중복되는 과정을 새로 만드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 학위를 판매하려는 것에 다름없다. 서주영 교수에 따르면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에 지원한 것 또한 “돈이 없어서”라고 한다. 교내 재정이 불량하기 때문에 학위를 ‘판매’할 수 있도록 본 사업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사업은 신성한 학문의 전당이자, 지식의 상아탑인 대학을 단순한 ‘학위 판매처’로 전락시킨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이번 사업이 예정대로 강행되는 선례를 남긴다면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타 대학에서도 유사한 사업을 시행할 것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이 갖는 명예와 의의를 무너트릴 것이다. 지성의 요람이 되어야 할 대학에서 학위를 판매하는 것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

하나. 경력 단절 여성이나 전문대 졸업 여성에게 4년제 대학 졸업 학위를 수여하는 사업을 국가 주도로 벌인다는 것은,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만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하는 처사다. 정부는 현재 구직자의 능력과 상황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의지나 노력 없이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없기 때문에’ 개인의 경력이 단절되고, 여성 취업률이 낮다고 개인과 대학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본 사업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평생교육원 사업과도 중복되며, 여성의 경력 단절과 취업률 저조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타개책이 아니다. 또한 그 수혜자는 매우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수 십, 수 백억 원의 세금과 인력이 필요하다. 이는 비효율적인 혈세의 낭비다.

하나. 학교 본부가 미래대학 설립을 주장하며 표방하는‘미래 여성 특화형 교육’은 실질적이고 진정한 학문의 융합이 아닌 취업만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이는 오랜 기간 심도 있는 학문 연구를 통해 수 많은 여성 인재를 배출해 온 131년 이화의 역사와 전통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학의 산실인 이화에서 여성의 영역을 ‘뷰티’산업에 한정하는 ‘반여성주의적 ’처사다. 따라서 미래대학은 이화여자대학교의 정통성을 훼손한다.

이에 이화여자대학교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은 학교 본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미래라이프(LiFE)사업을 즉각 철회하고 최경희 총장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질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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