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슈퍼리치]아프리카 최연소 빌리어네어도 ‘기빙플레지’ 동참 선언…한국은 언제쯤
뉴스종합| 2016-08-09 10:38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아프리카 최연소 빌리어네어(10억달러 이상의 재산 소유자)’ 탄자니아 출신의 모하메드 듀지(41)가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동참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더 기빙 플레지’는 세계 최대 부호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만든 자선단체다. 세계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는 일종의 기부 선언이다. 

모하메드 듀지

아프리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1일 듀지는 ‘더 기빙 플레지’ 기부서약서를 통해 “나는 항상 내가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며 “무슬림으로서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돌보는 박애주의를 실천하고 싶다”고 가입 의사를 전했다. 

이로써 듀지는 6월 초 ‘에어비앤비’ CEO 3인방의 가입선언 후, 기빙플레지에 동참하게 된 첫 억만장자가 됐다. 155번째 회원이다.

포브스는 듀지의 재산을 11억달러(1조 2000억원)로 추산했다. 아프리카 21번째 부호다. 그가 탄자니아 최초로 ‘더 기빙 플레지’ 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깊다. 

모하메드 듀지의 자산[출처=포브스]

▶‘최연소 빌리어네어’가 전하는 메시지=듀지는 ’METL’ 창업자 ‘굴라마바스 듀지’의 둘째 아들로, 이미 30대 후반의 나이에 국회의원을 2번이나 연임한 탄자니아의 ‘금수저’다. 그가 현재 이끌고 있는 ‘METL’그룹은 더 놀랍다. 농업, 제조업부터 에너지, 석유, 금융 서비스, 모바일, 인프라, 부동산, 운송, 물류 및 유통 등 이 모든 사업이 ‘METL’ 안에서 이루어진다. 직원 수만 무려 2만 4000여명에 이르는 재계 서열 3위 그룹이다. LG급 대기업인 셈이다.
METL 그룹 로고

사실 듀지의 ‘더 기빙 플레지’ 동참 선언은 ‘뜬금없는’ 깜짝 발언이 아니다. 

듀지는 이미 2014년 ‘모 듀지 재단(Mo Dewji Foundation)’을 설립해 사회환원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흔한 ‘금수저’의 행보와는 다르다. 그는 재단을 통해 교육과 복지의 혜택에서 고립된 탄자니아 국민들을 후원해왔다. “2021년에는 상당수의 탄자니아 국민들이 직업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며, “5억달러(약 5000억원)를 향후 4년간 투자해 10만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6월 한 공식석상에서 밝힌 그의 발언에는 확신마저 있어보였다.
‘모 듀지 재단’ 홈페이지

듀지는 이번 ‘더 기빙 플레지’ 기부서약서를 통해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강조한다. 그의 꿈은 탄자니아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가 경제적, 심리적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는 기부서약서를 통해 “가능성과 기회, 그리고 꿈에 채워진 ‘족쇄’같은 제한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번 플레지 가입 선언을 계기로 세계의 많은 빌리어네어들이 영감을 얻어 나와 같은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그는 서약서의 마지막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며, “하느님의 축복으로 당신이 부유해졌을 때, ‘삶(Living)’이 아닌 ‘나눔(Giving)’에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맺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 바람=‘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2010년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죽기 전에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만든 자선단체다. 가입 조건은 단연 기부다. 생전 혹은 사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된다. 도덕적 약속이므로 법적 구속력 역시 없다.

더기빙플레지 로고. (왼쪽부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나이나 국적의 제한도 없다. 현재 최고령 가입자는 미국 록펠러 가(家)의 수장 데이비드 록펠러다. 무려 100세다. 최연소 가입자는 31세의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아사나의 대표 더스틴 모스코비치다.

앞서 언급했듯, ‘더 기빙 플레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도덕적 약속’이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꾸준히 기부를 이행하고 있다. 장기적 기부라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올해 초 기준 약속된 기부금은 약 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590조원에 달하는 액수다. 기금은 빈곤 퇴치, 재난 구호, 교육, 보건 및 의료 연구 등에 사용된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정해진 것은 아니다. 기부자의 의견이 반영돼 다른 분야에 지원될 수도 있다. 테슬라 모터스의 엘론 머스크는 기부금을 신재생 에너지, 과학 및 공학 교육 등에 사용해달라고 밝혔다.

‘더 기빙 플레지’를 통해 기부를 약속한 억만장자들의 75%가 자수성가형 부자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가업을 승계하거나 상속받은 부자들이 아니다. 자신이 직접 이룬 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6월 초 기부를 선언한 ‘에어비앤비’ CEO 3인방이다. 거실에 매트리스 3개를 깔고 아침을 제공하는 작은 민박으로 시작한 이 기업의 현재 가치는 250억달러(27조 8000억원)가 넘는다. 3명이 이번에 약속한 기부액은 50억달러, 자그마치 6조원이다. 회사의 성격에 맞춰 기부금의 일부는 난민의 숙박에 쓰일 예정이다. 

(왼쪽부터) 에어비앤비 CEO , 브라이언 체스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조 게비아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아직 ‘더 기빙 플레지’ 참여 의사를 밝힌 억만장자가 단 한명도 없다. 포브스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에는 10억 달러 이상의 빌리어네어가 30여명에 이른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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