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0초 승부사] 당신이 몰랐던 전기요금의 비밀
HOOC| 2016-08-19 17:17

[HOOC=이정아 기자, 박규리 홍윤정 인턴] 지난 11일 정부와 한국전력이 7~9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가정용에만 부과하는 누진제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왜 그럴까요? 100초 안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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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누진제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사실상 대신 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인데요. 가정용 전기요금만 여섯 단계로 나뉘어 요금이 부과됩니다. 1단계는 100㎾h(킬로와트시) 이하로 ㎾h당 요금이 60.7원, 그런데 6단계는 500㎾h 초과로 ㎾h당 요금이 709.5원입니다. 누진율이 11.7배나 되는 것이죠. 구간별 요금차가 미국은 최대 1.1배, 일본은 최대 1.4배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부담이 상당한 겁니다.

그런데 이런 누진제가 가정용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상가에 적용되는 일반용은 ㎾h당 105원, 산업용은 81원이 일률적으로 부과됩니다. 가정용은 누진 2단계에만 들어가도 ㎾h당 125원으로 일반용과 산업용보다 비싸지는데요. 반면 분야별 전력 소비 비중을 보면 산업용 53%, 일반용 20%, 가정용 13% 입니다. 전기를 가장 적게 쓰는 가정이 전기료 부담은 가장 크니 형평성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 대기업들은 거액의 전기요금 감면 혜택까지 받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의 자료를 보면, 2012년~2014년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받은 상위 20개 기업의 감면액이 3조원을 넘습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절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전력 소비 효율 향상과 에너지 절약 기술 투자에 소홀한 실정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행 누진제 개편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습니다. 누진제가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면서 말이죠.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전력 요금을 낮춰 소득재분배 효과를 내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정부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걸까요? 글쎄요, 2013년 6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누진제로 가구원이 많은 서민층이 가구원이 적은 부자보다 비싼 전기를 쓰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2012년 기준 최저생계비 미만인 5인 이상 빈곤 가구의 전기요금 단가는 평균 167.5원/kWh로 최저생계비 5배 이상을 버는 1인 고소득 가구의 111.1원/kWh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한 마디로 현행 누진제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많은 저소득층 가구가 가장 큰 불이익을 받는 구조인 겁니다. 


따라서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해서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낸다는 정부의 변명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데요. 소득재분배 효과를 낸다는 취지로 가정용 전기료에 누진제를 적용해놓고, 올해 초 한전은 13조 40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성과를 창출하고 2조원에 가까운 배당을 추진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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