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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협 잠정합의로 급한 불은 껐지만…시한폭탄 계속 째깍째깍
뉴스종합| 2016-08-25 09:51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23년 만에 현대중공업과의 동시파업, 서울 본사 앞 상경투쟁 등 지난 4개월 간 갈등을 빚어 온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당장의 파업은 막았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등 정작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쟁점은 모두 후속 논의 과제로 빠져 결국 이번 협상도 미완의 합의로 그치고 말았다. 

갈등의 골이 깊은 사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여전히 대척점에 서있어 향후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쉽게 결말을 내지 못해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현대차 노사는 24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열린 20차 본교섭에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현대차 노사는 해외 신흥국시장 경기침체,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영업이익 축소 등 어려워진 경영여건을 감안해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및 주식 10주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불과 1주일 전 열린 교섭에서는 사측이 노조에 임금 1만4400원 인상, 성과급 250%+2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번 잠정합의 결과 임금과 성과급 모두 올라갔다. 

반면 사측이 요구한 임금피크제 확대와 노조가 주장한 조합원 승진 거부권은 양측 모두 반대로 합의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사측은 현재 만 59세 임금 동결, 만 60세 임금 10%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데 이번에 59세와 60세 각각에 임금 10%를 삭감하는 안을 내놨지만, 노조의 거부로 결국 관철하는 데 실패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청년고용 확대와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전 계열사 사업장에 도입한다고 밝히며 이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임금피크제는 노사 협상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이번 협상에서도 현대차 노사의 의견은 극적으로 엇갈렸다. 사측은 파업 장기화에 따라 협력업체 및 지역경제 피해가 가중되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협상 교착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확대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임금피크제 확대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 관계자는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확대하는 것 자체를 철회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끝내 임금피크제 협상을 진행한다면 정년을 1년 연장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올해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정년 60세가 도입됐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어 추가 1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리면서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통상임금 등 임금체계 개편안도 향후 갈등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임금협상조차 결론내지 못해 차 업계 전반에 걸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기아차 노사는 현대차보다 한달 늦게 상견례를 시작하며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못했고, 교섭결렬 선언 끝에 지난달 파업이 가결됐다.

기아차 노조는 금속노조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만 현대차 노사가 먼저 합의를 하면 기아차 노사도 이에 맞춰 결정하는 전례에 비춰 기아차도 조만간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7일 조합원 찬반 투표로 파업을 가결, 지금까지 수차례 부분 파업을 했고 임단협이 끝날 때까지 잔업과 특근 거부를 선언했다.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규모가 9000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 성과급 4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기본급 7만원 인상, 성과급과 격려금 8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해 양측 요구안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호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합의하며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던 르노삼성은 지난달 11일 올해 임단협을 시작한 이후 비교적 원만한 대화를 이어가며 이번 주 협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27일 국내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임단협을 타결하며, 2010년 이후 7년 연속 무분규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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