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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걸그룹, 혹독한 체중관리가 거식증으로…“‘깡마른 몸매’ 향한 강박”
엔터테인먼트| 2016-08-26 00:39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44kg~48kg. 신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가수 아이유의 몸무게는 44kg이고, 소녀시대 멤버들은 45kg에서 1, 2kg이 더해지거나 빠진다. 티파니는 과거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 “내 몸무게가 48KG인데, 멤버들 중 제일 많이 나가 돼지라고 놀림을 받는다”고 말했다. 

‘종이인형’ 몸매의 걸그룹들의 혹독한 체중관리가 건강주의보로 이어지고 있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멤버 진이(21)가 거식증 등 건강 상의 이유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게 됐다.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진이가 데뷔 후부터 거식증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아왔으며 충분한 논의 끝에 잠정적인 휴식을 결정하게 됐다”고 25일 밝혔다.

진이는 ‘큐피드’ 활동 이후 거식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 소속사와 멤버들간의 오랜 대화 끝에 활동중단을 결정했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걸그룹 멤버의 거식증 소식에 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거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불린다. 체중감소를 위해 비정상적 행동을 보이는 섭식장애의 일종이다. 혹독한 몸매 관리가 심리적인 강박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다.

지금 가요계에서 활동하는 대다수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은 매일 다이어트 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소속사 차원에서 관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아이돌에게 체중 관리는 필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AOA 설현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내 키가 167cm인데 몸무게를 48kg에 맞춰야 한다고 소속사에서 권해 가수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일정 수준의 체중을 소속사에서 요구하며 철저한 관리를 강요하기에 걸그룹 멤버들의 식단은 하루 권장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화제를 모았던 소녀시대의 식단은 고작 1200kcal였다. 일부 그룹의 멤버들은 종이컵에 음식을 담아 먹는 이른바 ‘컵밥’으로 하루를 떼우기도 한다.

심지어 데뷔 몸무게가 정해진 소속사도 있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과거 몸 담았던 기획사에선 특히나 혹독한 다이어트를 시켰다”면서 “데뷔를 위해선 평균 45kg 전후를 유지해야 하며, 특히 163cm 이하의 멤버는 40kg 미만의 체중이 돼야 데뷔조에 이름을 올린다”고 말했다. 당연히 식단도 부실해진다. 체중 관리를 위해 하루 종일 운동을 하면서도 우유 하나, 고구마나 바나나 하나가 전부인 경우도 있다.

혹독한 체중 관리 이유는 결국 걸그룹은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미니스커트에 배꼽티 등 무대에서 몸이 드러나는 의상을 소화해야 하는 데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실제보다 “두 배는 커보이기에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모든 아이돌그룹이 마른 몸을 가지고 있어 “자의든 타의든 깡마른 몸매를 요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몸매에 대한 강박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사례도 숱하다. 거식증은 비단 오마이걸 진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 소정은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걸스피릿’에 출연, “Mnet ‘보이스코리아’ 출연 할때 방송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며 “49㎏에서 38㎏로 떨어졌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1년 가까이 생리가 없었고, 호르몬 수치가 갱년기 여성의 수준”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최근 ‘복면가왕’에 출연한 티티마 멤버 소이 역시 과거 한 방송에서 “외모에 강박관념이 심해 거식증에 걸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걸그룹은 무조건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연습생은 물론이거니와 데뷔를 한 걸그룹 멤버들도 외모에 대한 끊임없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다른 그룹의 멤버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숱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환경 자체가 끊임없이 예쁜 외모를 요구하기에 스트레스를 벗기란 쉽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살을 빼서 무대에 서야하기 때문에 더 혹독한 관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스트레스가 극심한 멤버들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소속사에서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속사나 그룹의 입장에서도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먼저 인식하고 조금 더 건강한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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