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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규제 강조…손문기 식약처장] “식품·의료는 국민건강과 직결…불필요한 규제 콕 집어낸다”
라이프| 2016-09-01 11:19
新의료기기 허가·심사기간 대폭 단축 의료계 단신
안전관리 위해 의사등 전문인력 확대
희귀질환 의약품 개발 활성화 유도도



식품과 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분야다. 그만큼 이들 제품의 안전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최근 식약처가 이들 분야에 대한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규제와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가 산업장려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불필요한 규제 완화나 폐지는 장려할 일이지만, 자칫 건강ㆍ위생 분야에서 규제 공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문기(사진) 식약처장에게 규제 개선에 대한 얘기를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식약처장 집무실에서 직접 들었다. 

손문기 식약처장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손처장은 “식품과 의료제품 발전의 전제 조건은 안전확보”라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면 안전하고 우수한 식품과 의료제품이 생산ㆍ공급되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스마트 규제’, 글로벌 기준으로 규제 수준 높인다=손 처장은 ‘친기업적 규제 완화’라는 표현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손 처장은 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식품과 의료제품 발전의 전제 조건은 안전 확보”라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면 안전하고 우수한 식품과 의료제품이 생산ㆍ공급되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산업의 발전과 안전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식품공학 박사인 손 처장은 “각각의 연구 결과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나부터 연구관으로서의 사명감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며 “연구실에 있는 사람은 데이터 갖고 장난칠 줄 모른다”고 했다.

최근 의료기기 분야에서 규제 개선이 큰 폭으로 이뤄지고 있다. 의사의 질병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영상검출보조장치’를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완화해 허가ㆍ심사기간을 65일에서 30일로 줄였다.

혈압ㆍ혈당 등 의료 정보를 단순히 전송ㆍ저장하는 ‘U헬스게이트웨이(IT 기반 정보기술 의료기기)’도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완화해 허가ㆍ심사 없이 제품화와 동시에 판매가 가능토록 했다.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 나눠져 있던 의료기기 허가, 보험 급여ㆍ비급여 여부 확인, 신의료기술평가를 식약처로 일원화한 ‘싱글윈도우(single window)’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신의료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를 신속하게 제품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손 처장은 “신의료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가 허가에서 시장진입까지 기존 최대 470일이 걸리던 것을 80~280일로 대폭 줄였다”며 “이같은 규제 완화는 제품별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단순히 친기업적이라고만 볼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행정적ㆍ제도적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규제 수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최근 식약처는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ANSES)과 식품안전기술 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항생제 내성특별위원회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제약분야의 OECD라 할 수 있는 의약품상호실사협력기구(PIC/S)에는 이미 2014년 3월에 가입했고,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회의 참여 등 다양한 국제 활동을 통해 국내 규제 수준을 국제 수준으로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손 처장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 기후변화, 국가 간 교역 확대 등으로 제품들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복합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식약처는 식품과 의료제품의 안전관리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사 등 전문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약처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는 6명으로, 9월부터는 2명이 늘어 8명이 된다.

그는 “앞으로도 식품과 의료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성을 높이고 현장과 직접 소통할 것”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어려운 규제는 지원하고 필요한 규제는 만드는 스마트한 규제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건강 증진과 국내 기업 해외 진출 도모=이같은 식약처의 규제 개선이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환자수가 2만명 미안인 희귀질환은 의약품 수요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이 개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손 처장은 “산업성이 낮더라도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우선 고려한다면 희귀의약품 개발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며 “산업적으로도 바이오의약품은 의약품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고, 세계 시장을 고려하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희귀 질환 환자수가 적어 허가 갱신에 필요한 안전성ㆍ유효성 등 평가 자료 수집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12월부터는 품목 허가유효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

이와 함께 희귀의약품 개발이 촉진될 수 있도록 허가 시 재심사(자료 보호) 대상을 모든 희귀의약품으로 확대하고, 대체 의약품이 없는 희귀의약품의 재심사 기간을 10년 이내로 당겼다.

식약처는 올해 11월에 ICH(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정식회원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ICH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오는 11월 총회에서 최종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로서는 의약품 품질과 안정성에 대한 제도 정비, ICH 옵저버로서 활동, ICH 전문가위원회에 지속적인 참여 등 ICH 가입 요건을 충족해 정회원으로 무난히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처장은 “한국이 ICH에 가입되면 국내 의약품 허가ㆍ심사 및 안전관리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걸 인정받게 된다”며 “국내에서 허가된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가 향상돼 국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뿐 아니라 국내 의약품을 해외로 수출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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