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제약업계는 지금 2~3세대 ‘바람몰이’
뉴스종합| 2016-09-07 11:25
창업주 자녀·손자 세대교체

경영승계·발전 강한 책임감

장기사업 많아 추진력 강점

전문경영인 체제 소수에 그쳐

국내 제약업계가 창업주에서 자녀나 손주들인 2~3세대로 급격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제약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맨손으로 오늘날의 업계를 일군 창업주들의 퇴진과 함께 그 자녀들이 대거 업계 전면으로 나서면서 ‘제약강국 코리아’를 만들어 갈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파악한 국내 주요 제약사 중 창업주의 자녀 또는 손자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제약사는 24곳 정도이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보여주듯이 다른 업종보다도 유난히 전문경영인이 드물고 2~3세로의 경영승계가 심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선친이 일궈온 가업을 잇고 가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책임감이 전문경영인보다는 강하다는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 모두 부친 가업 물려받아=우선 매출 기준 국내 2위 제약사인 녹십자의 허은철 사장은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서울대와 미 코넬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고 지난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녹십자홀딩스 회장을 맡고 있는 허일섭 회장은 허영섭 회장의 동생이다. 허은철 사장과 마찬가지로 서울대를 졸업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사장직을 맡고 있다. 보스턴 칼리지를 졸업하고 2000년부터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합류했다. 이 후 북경한미약품 기획실장, 한미약품 사장을 거쳐 2010년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편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은 윤영환 명예회장의 3번째 아들이다.

제약 관계자는 “이들은 몇 년 전부터 대표 자리에 올라 업계에서도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과거에 다소 폐쇄적이었던 제약업계에서 젊은 CEO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그에 대처하는 개방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 이경하 JW중외제약 회장은 3세 경영인=한국제약산업의 역사가 120년이 된 만큼 3세 경영 체제를 갖춘 곳들도 있다. 우선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은 고 강중희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강신호 회장의 4남이다. 성균관대를 나온 뒤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경영관리팀장, 메디컬사업본부장을 거쳐 2013년부터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이끌고 있다.

이경하 JW중외제약 회장의 경우 창업자인 이기석 회장의 손자이자 이종오 명예회장의 장남인 3세 경영인이다.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은 고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현 윤원영 회장의 장남이다.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이사는 고 남상욱 회장의 손자이자 남영우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남 대표는 2009년 국제약품 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해왔다. 삼일제약도 3세가 경영을 맡고 있다. 허승범 사장은 고 허용 명예회장의 손자이면서 허강 삼일제약 회장의 장남이다. 2005년 삼일제약에 합류한 뒤 2014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중견제약사들도 전문경영 체제보다 아들에게 물려주는 경향=이런 대물림 현상은 중견제약사들에서도 공통된 현상이었다.

권기범 동국제약 부회장은 고 권동일 회장의 장남이다. 또 김상훈 부광약품 사장, 우석민 명문제약 대표,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류기성 경동제약 부회장 등도 모두 전 회장의 아들로 기업을 이끌고 있다. 가장 최근인 9월 1일 한국콜마홀딩스 사장으로 승진한 윤상현 사장은 창업주인 윤동한 회장의 장남이다. 한편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김승호 회장의 장녀로 파악된 대표들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오너 경영인, 책임감과 추진력 갖추고 있어 강점=2ㆍ3세 경영인의 전면적인 활동은 일부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한 제약 관계자는 “2~3세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기 회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책임감과 함께 사업에 대한 추진력이 있는 편”이라며 “제약산업은 신약개발처럼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특성상 최고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경영인의 강점이 보이고 전문경영인은 임기가 정해져 있어 장기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반면 오너경영인은 그보다 사업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제약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산업의 오너리스크는 적다고 판단되는데 이는 2세 또는 3세 경영자들이 일찍부터 영업과 같은 일반부서에서 일을 시작해 현장을 잘 알고 있는 편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제약사에 따라 오너 경영보다 전문 경영인을 선호하는 곳도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김영주 종근당 사장 등은 전문경영인으로 그 전문성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책임감과 사업 추진력을 갖고 충분한 기간동안 경영 수업을 받은 2ㆍ3세 경영인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기대되고 있다”면서 “부의 세습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자본주의로 갈 수 있도록 독려한다면 제약산업의 발전에 2ㆍ3세 경영자들이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열ㆍ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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