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아이돌 콜라보?… 배운 것 많았다”
엔터테인먼트| 2016-09-07 11:44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올해는 그녀의 해였다. “실감이 안 난다”고 했지만 수많은 러브콜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컬래버레이션으로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다.

선우정아는 2006년 가요계에 데뷔, 팝과 재즈를 아우르는 싱어송라이터로 등판했다. 앞서 인디 음악 신 안에서 인정받는 작곡가이자 인디 가수로 활동, 2014년 제 11회 한국대중음악상 장르분야 최우수 팝 음반상과 종합분야 올해의 음악인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선우정아는 “오늘 늦잠을 잤다”며 첫 인사를 꺼냈다. 요즘 앨범 작업에 한창이다. “거의 쪽대본처럼 작업하고 있어요. 이미 만들어 둔 곡이지만 계속 고치고 또 고치게 되더라고요. 마지막 주에 낼 곡 마무리 중이에요.”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지난 5일 선우정아는 미니앨범 ‘4X4’ 프로젝트의 첫 곡 ‘순이’를 발매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4주간 매주 신곡을 내고 4번의 선 공개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다. 여러곡을 9월 한 달간 내는 것도 그렇지만, 4번의 공연은 부담이 되지 않을까. “아니요. 공연을 자주 하니까 공연을 자신이 있는 것 같아요. 어디에서 하든. ‘내가 보여줄게’, ‘같이 놀자’ 이런 느낌이예요. 저는 진짜 처음 내세울 건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선우정아는 올해 상반기 ‘뷰티풀 민트 페스티벌’ 등 다수 페스티벌 무대에 선 바 있다. “이번에 4번의 공연도 제가 가진 무기를 이용하는 거예요. (웃음)”

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사실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고 했다. “무대에서 저도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걸 받아서 저도 또 새로운 에너지를 내고, 그 기를 나누는 순간이 너무 시원하고 상쾌해요. 관객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신비롭고 재밌어요.”

공연이 자신있다면, 또 하나의 주종목인 작곡은? “고난의 과정”이라고 했다. “물론 작곡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자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작곡이 아직도 어려워요. 팀이 아니라 저 혼자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지금도 훈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듣는 사람이 돈 아깝지 않게 그 노력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혼신을 다하죠. 정말 몸에서 사리가 나온다고 하는 것처럼요. 제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그걸 다룰 때 더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죽을때 까지 아마 자신있다는 말은 못하지 않을까요?”

“작곡이 아직도 어렵다”고 했지만 선우정아는 많은 뮤지션들의 러브콜로 김준수, 현아 등 동료 가수들에게 곡을 주고, 그룹 씨엔블루의 보컬 정용화 등과 컬래버레이션 앨범을 냈다. 인디 신에 있지만 장르를 넘나들며 아이돌 신과도 호흡을 맞췄다. 가장 좋았던 건 “솔로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였다. “제 노래 할 때는 저한테 초점을 맞추는데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는 제 안에서 벗어나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예요. 새로운 아이디어도 주시고, 제 색깔과 그분들의 색깔이 섞이고 하는 것 자체가 상쾌해요. 혼자 끙끙 앓는 느낌이 아니라서 그걸 더 즐기는 것 같아요.” 아이돌 멤버들과의 작업도 그랬다. “저도 가수지만 노래를 만드는 입장에 더 가까워서 곡에 깊이 들어간다면 그분들(아이돌)은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러한 시각차이에서 저도 좀 곡에만 빠져 있던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거 같아요.”

러브콜을 받은 입장이지만 “대중성”이란 걸 알아간 기회기도 했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중들의 생각도 잘 읽고, 어떤 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음악인지, 뭐가 트렌드인지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대중분들이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기준을 잡아가는 것 같아요.” 음악적인 영향을 떠나 “싱그러운 느낌”도 함께 받았다. “정말 바쁘고 힘들텐데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더라고요. 자신이 아무리 피곤해도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망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있었어요. 정말 배운 게 많았죠.”

다수 컬래버레이션 작업으로 화제가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음악신 내에서는 저를 좋게 봐주신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게 느껴지거든요. 2013년에 2집 앨범으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 사랑 중 하나인 것 같고 그제서야 좀 느껴지더라고요. 감사하지만 제가 대세라는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음악 신 내에서는 사랑을 많이 해주시지만 아직 대중분들에게는 아닌 것 같아요. 계속 노력해야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선우정아는 오는 10월 상암동 DMC와 홍대 일원에서 열리는 ‘2016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에 참여한다. 국내외 뮤지션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행사다. 2013년에도 참여한 바 있지만 당시 행사는 다소 “아픈 기억”이다. “그때는 제가 외국 진출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과는 처참했죠. 외국 바이어들이 저를 선택을 안해주시더라고요. 영어로 노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 한국 감성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 비주얼도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해외에서는 그것도 아니었던 거죠. 그런 것들을 이해도 하고 깨달으면서 외국 진출에 목메지 않아야겠다 했는데 이번에도 불러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음악 자체는 자신이 있는데 그게 해외 바이어들 마음까지 두드릴 수 있지는 모르겠어요. 영어 없이 말이죠.”

[사진=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하지만 지난해 해외공연을 한 뒤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뮤콘’에 뼈아픈 추억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짧은 영어로 애처럼 제 노래를 애써 설명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것도 귀엽게 봐주고 노래를 알아듣는 게 느껴졌어요. 한글로 하고 있는대도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도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 영어로 멘트를 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가사를 영어로 변환해 부른다든지, 후렴구만 영어로 바꾼다든지 할 생각이예요.”

선우정아는 최근 tvN ‘노래의 탄생’으로 예능 나들이도 나섰다. “체력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한 회 찍었는데 장난 아니더라고요. 메이크업하고 계속 앉아 있어야 하고 표정관리 해야 하고 배도 집어넣어야 하고. 정말 예능하시는 분들 대단하신 것 같아요.”

선우정아에게 음악은 “평생 같이 걸어 갈 친구 같은 것”이라고 했다. “사람도 평생가는 친구 만들기 쉽지 않은데 제게 음악이라는 존재는 그런 거 같아요. 원래는 음악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고 거기에 얽매이고 무엇보다 음악이 먼저였는데 그러면 제가 죽을 것 같아서 음악과 저를 동등한 입장에 두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은 제가 약간 눈치를 보는 친구인데, 잡아먹히진 않으려고 끌어 내리는 중이예요. (웃음)”

”지루하지 않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오랫동안 지루하지 않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고 항상 새로운 생각들로 좀 더 머릿속이 풍성해졌으면 좋겠어요. 그 노래를 꼭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아 그래 이런 식의 생각도 있을 수 있지’하고 사고가 풍성해졌으면 좋겠어요.”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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