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세상읽기-권용국 논설실장] 대마불사(大馬不死)는 살아있다.
뉴스종합| 2016-09-09 10:41
[헤럴드경제] 대우조선은 살았는데 한진해운은 공중분해 일보직전이다. 이를두고 많은 사람들이 대마불사(大馬不死)를 얘기한다. 맞는 얘기다. 대마불사는 살아있다. 아니 사라질 수 없는 진리다. 중요한 건 누가 어떤 창(窓:시각)을 통해 보느냐는 점이다. 대마는 변한다. 나에겐 공룡만한 말인데 그에겐 조롱말도 안된다. 오늘은 코끼리만해보이지만 내일은 소마(小馬) 사마(死馬)가 될 수 있다.

대우조선은 되는데 한진그룹은 안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창을 내다보는 이가 정부이고 그 시각으로 대마여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마의 기준이 기업의 규모일 수는 없다. 매출 16조원의 대우조선은 대마이고 7조원의 한진해운은 소마라는 얘기는 성립이 안된다. 그런 논리라면 16조원 이상되는 덩치큰 기업은 모두 세금 털어넣어 살려줄테니 분식회계나 하며 좋은 시절보내도 되고 7조원 안되면 빨리 법정관리 갈 생각이나 해야한다.

부채를 들여다보면 대마여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우조선의 부채 18조6000억원중 정부채권은 무려 15조원에 가깝다. 산업은행(5조1600억원)과 수출입은행(9조6000억원)이 빌려준 돈은 어마어마하다. 반면 한진해운은 부채 6조6400억원중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채가 각각 6600억원,500억원에 불과하다. 신용보증기금 지급보증 4300억원을 포함해도 1조원 남짓이다. 비교가 안된다는 얘기다.

기업의 오너십을 봐도 어디가 대마인지는 확연하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다. 망하는 길로 내몰 수 없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이란 울타리가 있다. 먼저 먹이를 책임져야 할 주인이 있는데 대마로 봐줄 이유가 없다. 이쯤되면 정부도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다. 비올때 우산 거둬가는 수 밖에. 어차피 폭풍우를 막아줄 건물이 없다면 펼쳐 들 우산은 있으나마나다. 자구없이는 지원도 없다는 원칙이나 철저히 지키면 되는 일이다. 생각이 이럴진대 굶어죽을 말 한마리로 인한 피해에 적절한 대책을 미리 해놨을리가 없다. 고위 당국자의 입에서 “피해가 이처럼 클 줄은 몰랐다”는 얘기가 그처럼 쉽게 나오는 이유다.

정부이니 정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다.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변수다. 대우조선에 매달린 인력은 직접 고용 직원 1만5000여명을 포함해 협력업체까지 줄잡아 5만여명이다. 지역경제가 휘청거린다. 그게 다 표로 이어진다. 거제 지역의 정치인들이 가만있었을리 만무하다. 한진해운은 1500여명의 직원에 하청 협력업체 포함해 봐야 고작 4000여명이다. 서병수 부산 시장이 지난 4일 민관비상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부산시가 나서서 펀드를 조성하는 등 5000억 원의 비용을 조달해 달라는 순진한 발상들만 얘기됐을 뿐이다. 한국선주협회나 시민단체 관계자 일부가 모인 자리이니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무리다.

게다가 노조를 봐도 어디가 대마인지는 바로 나온다. 조선 노조의 힘은 더 말할것도 없다. 삼성, 현대중공업까지 3사 합동으로 수백 수천명씩 동원해 상경투쟁이 가능한 곳이다.

앞으로 정부든 채권단이든 치킨게임을 벌이려는 오너들은 대마보는 법부터 배워야 할 일이다.



참고: 대마불사는 사라질 수 없는 진리.

오늘의 대마가 내일의 소마가 될 수 있고 나에겐 대마지만 남에겐 비루한 조랑말이 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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