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바람난과학] 스마트폰 배터리는 왜 터질까?
HOOC| 2016-09-11 12:21
[HOOC=이정아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10개국)에서 250만 대의 갤럭시노트7을 전량 리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발화 원인인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100만 대 중 24대 꼴로, 불량률이 0.0024%인데요. 일반적으로 6시그마라고 해서 100만 대 제품 중 3.4대 정도 불량률이 나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갤럭시노트7 불량률은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그런데 갤럭시노트7 배터리는 왜 발화했던 걸까요. 스마트폰 배터리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갤럭시노트7 배터리는 도대체 왜 폭발한 건지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2일(현지시간)미국 이동통신 매장 진열대에 사라진 갤럭시노트7/ 이정아 기자dsun@



리튬이온 배터리란?

배터리가 왜 폭발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배터리 원리부터 알아야겠습니다.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물질의 ‘산화환원 반응’으로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입니다.

산화환원 반응이 뭐냐, 반응물 간의 ‘전자 이동’으로 일어나는 반응입니다. 쉽게 말해 전자를 잃은 쪽을 산화되었다고 하고 전자를 얻은 쪽을 환원되었다고 합니다. (산화와 환원이 무엇이냐, 설명하는 건 일단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안그래도 긴 글이 더 길어질 것이기에)

그렇다면 스마트폰 배터리로 쓰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란 무엇이냐. 한 마디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전해질’로 쓰이는 전지입니다.

산화환원 반응에서, 그러니까 쉽게 말해 전자가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갈 때, 전자는 전해질에 잠겨 이동을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전해질)에 잠긴 전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 충전이 되고(음극에서 환원이 일어나 에너지를 저장), 반대로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면 방전이 되는 원리로 작동되는 것이죠.
 

전지가 전기적인 일을 하면, 전지의 전압은 계속 낮아집니다. 결국 외부에서 전하를 이동시킬 수 없을 때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바로 폐기하는 전지를 1차 전지라고 하고, 거꾸로 전하를 흘려주는 작업, 다시 말해 다시 전지를 충전해 사용할 수 있으면 이 전지를 2차 전지라고 합니다. 2차 전지는 충전을 하는 과정에서 전지 본래의 화학적 상태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재사용이 가능한데요. 리튬이온 배터리는 2차 전지입니다.


왜 리튬이온 배터리일까?

그런데 수많은 전지 중에서 스마트폰은 왜 리튬 전지를 쓰는 걸까요?

리튬이라는 금속 재료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특성 때문이죠. 리튬은 전지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금속 중에서 가장 가벼우면서도 전기화학적 표준 전극 전위가 가장 낮습니다. 다시 말하면 리튬 금속을 사용해 전지를 만들면 그 크기가 작으면서도, 오래가고, 출력도 좋은 전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 리튬 전지는 높은 전압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지가 1.5V 급인데 반해 리튬 1차 전지는 3.0V 급입니다. 전압이 높으니까 더 많은 전류가 흐를 수 있고 고로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얇고 가벼우면서도 배터리가 오래가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필수적인 것인가 보구나, 하고 생각을 하고 계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


갤럭시노트7 배터리는 왜 터졌을까?

지금까지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이라는 활물질들을 가지고 있고, 전자는 전해질에 잠겨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지의 4대 구성요소 중 3가지인 양극, 음극, 전해질이 ‘자연스럽게’ 언급된 건데요.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무엇이냐. 바로 ‘분리막’입니다. (아주 자연스러웠다.)

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는 분리막이 있습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방지하기 위한 격리막입니다. 양극이랑 음극 너네 둘 만나지 말아라, 하는 것이죠. 이 둘이 만나면 너무 뜨거워지기 때문입니다.

분리막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에너지가 저장되고 방출됩니다. 앞서 언급한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죠. 그런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는 이 분리막에 이상이 있었습니다.

분리막에서는 리튬이온이 일정한 양과 속도로로 통과해야 하는데요. 이번에 문제가 된 갤럭시노트7은 제조 공정이 잘못돼 너무 많은 양의 리튬이온이 한꺼번에 이동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리튬이온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열이 발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급작스럽게 증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는 것이죠.  왠 뜬금없는 수식이냐고 물을 수 있는데요.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수식을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습니다. 이 수식을 왜 이 글에서 꺼냈느냐.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원인이 분리막 결함으로 인해 저항(R)이 약해지면서 에너지(P)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수식 한 줄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래 리튬 금속은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매우 커서 취급 시에 조심하게 다뤄야 하는 금속입니다. 위험물 관리법상 3류 위험물로 분류돼 있을 정도로 주의를 요하는 재료인 것이죠. 분리막 결함으로 서로 만나선 안될 사이, 양극과 음극이 만나 배터리 폭발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리튬 금속은 공기나 수분과 만나면, 자연발화 하거나 가연성가스를 발생시켜 폭발적으로 연소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금속 리튬 자체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용기의 파손이나 부식에 절대적으로 주의해야 하는 금속입니다. 배터리 폭발 문제는 특정 제조사의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공통 고민이기도 한 것이죠. 그런데도 스마트폰 업체는 더 얇고 오래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독배를 마시고 있는 겁니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무리하게 높이려다 보면 배터리 폭발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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