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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집단대출 올스톱…2금융권도 돈줄 죄기…서민들 내 집 마련 직격탄
뉴스종합| 2016-10-18 08:58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정부의 주택 자금 조이기가 본격화하며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주요 은행들에 대해 특별검사까지 거론하며 가계대출에 대한 여신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것을 주문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저축은행과 상호신용금고 등 2금융권의 대출 규제까지 시행되며 사실상 주택 자금의 돈 줄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조치는 1300조원 가까이 급증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 중인 강남이 아닌 애꿎은 주택 실수요자나 서민층의 대출 환경만 더욱 나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진=헤럴드DB]

▶ 집단대출 올스톱= 분양 시장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주택 실수요층은 은행들의 집단대출 몸사리기에 1차 피해를 입고 있다. 8ㆍ25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이달부터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췄다. 은행들의 리스크가 10% 추가된 것.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을 신청한 개인에 대한 소득 관련 서류를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하고,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금융회사에 대한 특별 점검도 예고했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은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과 부산에 분양할 예정인 6개 단지 5528가구의 집단대출이 중단되는 등 공공분양마저 유탄을 맞았다.

LH는 민간 건설사와 달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없이 최저 금리를 제시한 곳을 중도금 대출 은행으로 선정하는데, 은행들이 집단대출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며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주택금융공사의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문턱도 대폭 높아졌다.

주금공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는 취지로 대출 한도 5억원 이내에서 시세의 최대 70%까지 빌려주는 보금자리론의 대출 자격을 연말까지 주택가격 9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낮추고, 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일부 서민층을 제외하고는 보금자리론 공급을 연말까지 사실상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사진=헤럴드DB]

▶ 대출 규제 이달말부터 2금융으로 확대= 시중 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막힌 건설사들은 새마을금고나 수협,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 대출 금리는 4%대로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데다 곧 제2금융권의 대출 관리가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

당장 이달 말부터 2금융권을 겨냥한 가계대출 대책이 속속 시행된다.

이달 31일부터 농협ㆍ신협ㆍ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로부터 토지나 상가, 오피스텔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가 담보가치 대비 최대 15%포인트 줄어든다.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방안도 연내 나온다.

현재 상호금융은 은행ㆍ보험권과 같이 소득심사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고, 영세 상공인이나 농ㆍ어민 등 소득 증빙이 어려운 차주들이 많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의 특성에 맞는 소득심사를 하고, 분할 상환 관행을 정착시키는 방안을 만들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 가계대출에 대해선 건전성 감독규제와 영업규제 강화를 통해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연말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력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도 예정돼 있다.

DSR은 대출 심사를 할 때 대출 신청자의 기존 대출까지 포함해 상환 능력을 따지는 개념이다.

시중은행과 보험회사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을 비롯해 마이너스통장 대출, 자동차 할부, 학자금대출, 신용카드 미결제까지 모두 포함된다.

DSR이 적용되면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대출 가능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정곡을 찌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생각지 못했던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대출 수요자들이 점점 더 높은 금리로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게 되면 저신용자 대출 상환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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