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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인공지능 진료 연기…“암 병원 내부 인테리어 공사 일정 때문”
라이프| 2016-10-21 08:27
- 국내 환자 적용에 시기상조 지적도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길병원이 이달 중순부터 인공지능을 진료에 도입하기로 했으나 첫 진료를 연기했다. 병원은 내부 공사로 인한 지연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내 데이터 적용에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길병원은 지난달 초 미국 IBM사와 전격 계약을 맺고 이달 중순부터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실제 의료현장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1일 의료계와 길병원에 따르면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암 치료에 활용될 예정이었던 왓슨은 11월 중으로 잠정 연기됐다.


이에 대해 길병원은 응급의료센터 옆 건물을 매입해 구축하고 있는 ‘인공지능 암 병원’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이 마무리되지 않아 왓슨 진료를 연기했을 뿐 특별한 다른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암센터와 신장센터가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어 병실과 휴게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암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어 외부건물에 새롭게 암 병원을 만들게 됐다는 게 병원측의 설명이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왓슨 도입을 선언한 바 있다.

길병원이 대여비용만 수십억원을 투입하며 추진한 왓슨 도입은 초창기부터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왓슨 진료는 환자 기본 정보ㆍ병력ㆍ약물 복용 이력 등 관련 데이터를 입력하면 약 1500만 페이지(의학 학술지 300개 이상ㆍ의학 교과서 200개 이상 포함)에 달하는 의료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의료진과 환자에게 제시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하지만 인종과 나라에 따른 특성이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왓슨을 한국인의 암 치료에 적용하는 게 적합한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또 길병원을 찾는 암 환자 수가 서울의 ‘빅5 병원’과 비교했을 때 적다는 점도 도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더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서울아산병원의 신규 암 환자가 약 2만9000명인 반면 길병원은 약 4000명으로 7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길병원은 공사를 완료하고 ‘인공지능 암 병원’과 별도로 본관 로비에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를 구축해 왓슨의 활용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길병원 관계자는 “벌써 왓슨에 대한 환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이런 국내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왓슨이 가진 특장점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내부인테리어 정비와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준비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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