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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전대 미문의 불상사”…비선실세 정치의 역사
뉴스종합| 2016-10-26 10:40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비선실세’ 논란은 해외에서도 낯선 주제가 아니다. 대표를 뽑는 대의민주제에서 국가 원수의 이해충돌 문제는 끊임없이 회자됐다. ‘섀도정부’(shadow government), ‘딥스테이트’(Deep State), ‘소토거보노’(sottogoverno) 등 비선실세를 지칭하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최순실 게이트’는 역대 논란들과는 차이점이 있다는 게 외국 언론들이 보는 시각이다. 기업인도, 정치인도 아닌 일반 ‘민간인’이 권력을 휘둘렀다는 점이다. 일본 산케이 신문이 26일 “국가 기밀인 연설초고와 국무회의 자료를 사전에 전달해 조언까지 받은 전대 미문의 불상사”라고 표현한 것도, LA타임스가 “한국 대통령 스캐들, 힐러리 이메일 사태에 상응하는(with overtones of) 초유의 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세계 정치사에서 비선실세의 민낯은 17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세기~20세기 경 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택한 국가들에서는 ‘비밀결사’ 형태의 비선권력이 영향력을 발휘했다. ‘프리메이슨’이 대표적인 경우다. 1717년 중세 유럽에 널리 퍼져 있던 석공들의 길드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은 향후 정치, 문화, 경제 등 각계 지식인들과 유명인사들이 대거 가입하면서 계몽주의적 성향을 띠게 됐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프로파간다 두에’(P2) 스캔들은 민주제 정착을 추구해왔던 비밀조직이 한순간에 각종 범죄와 비리로 물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탈리아 프리메이슨 본부였던 P2는 각종 미제 범죄와 비리스캔들을 일으킨 배후로 지목됐다.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P2의 좌장인 리치오 젤리가 ‘신의 은행가’로 알려진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로버트 칼비 의장을 살해하고 열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1974년 ‘이탈리쿠스 급행열차’, 85명이 목숨을 잃은 1980년 볼로냐 정거장에서의 폭발물 암살, 1978년 초 기독교민주당 수석의원이자 전 국무총리 알도 모로의 납치와 살해 등을 모두 계획했다고 밝혔다. 
[사진=니혼게이자이 신문]

문제는 이 비밀조직에 이탈리아의 저명 기자, 군부지도자, 기업인, 정치인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었으며, 이 사태로 아르날도 폴라니 전 총리의 정권이 붕괴했고, 이탈리아 수사 당국은 마피아나 비밀조직과 연계한 혐의로 아르날도 폴라니를 정식 기소했다. 지난 1995년 이탈리아 수사당국은 이외에도 마피아 조직과 연계된 정황이 포차된 줄리오 안드레오 전 총리, 베티노 크락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등 전직총리들을 단죄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P2 이외에 ‘비선실세’ 의혹은 대부분 정경유착 문제로 불거졌다. 1976년 7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는 ‘록히드 사건’의 배후로 지목당해 체포됐다. 당시 일본에서 전 총리가 총리 시절 비리로 체포되기는 처음이었다.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 사에 뇌물을 받아 일본의 항공산업을 멋대로 지시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전 총리를 비롯해 현역 정치인,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다나카 전 총리는 1, 2심에서 징역 4년ㆍ추징금 5억 엔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나카 전 총리는 수사 개시 6개월 만에 전직 총리 구속이라는 전대미문의 불명예를 얻었다. 
[사진=마이니치 신문]

이외에도 에르네스토 삼페르 콜롬비아 전 대통령은 1994년 마약조직과 연계됐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검찰에 기소됐다. 하지만 사태를 부인하고 모른척하다가 1998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역대 비호감 후보’로 떠오른 이유도 ‘비선실세’ 논란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뉴욕포스트, CNBC 등 외신은 국무부가 클린턴 이메일 사태와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에 접촉했다는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대해 “공화당은 힐리러와 연관된 미 국무부의 주요 관료들이 ‘섀도거버먼트’(Shadow government)였다고 비판했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역시 “힐러리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소수의 엘리트가 국가을 운영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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