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슈퍼리치]미술품 구입에 2000억 쓴 中갑부의 결제수단은?
뉴스종합| 2016-11-10 10:31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이세진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지난해 11월, 북적한 크리스티 경매장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중국 선라인 그룹 류이첸(劉益謙ㆍ53) 회장이었다.

그는 경매품으로 나온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Nu couche)’를 1억7040만달러(약 1955억원)에 사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

애초 전문가들이 낙찰가 920억원 정도를 예상했던 작품이기에 장내엔 정적이 돌았다. 그렇게 류 회장은 역대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에 모딜리아니 작품을 손에 넣었다.

사람들의 눈은 그림 한 점에 1000억원 이상의 웃돈을 얹은 류 회장의 ‘결제수단’에 집중됐다. 그가 내민 신용카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센츄리언 카드(American Express Centurion Card).

‘아멕스 블랙’으로 통용되는 이 카드는 VVIP로도 부족해 V가 하나 더 붙은 ‘VVVIP용’ 블랙카드다. 007시리즈에서 제임스본드가 사용하는 등 영화에도 종종 등장해 익숙하지만, 실제 카드를 소유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이 카드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을 평생 한 번 만나보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센츄리언 카드

이 카드의 발급 과정은 복잡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기존 회원 중 연간 25만달러(약 2억8600만원)이상을 쓴 고객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많은 액수를 사용했다고 무조건 초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 가운데 자산을 비롯해 직업ㆍ거주지ㆍ학력ㆍ평판 등의 심사를 거친 소수의 인물만이 대상이 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할리우드 최고급 스타라 할지라도 추문이 있다면 대상에서 과감히 제외된다. 이후 연회비 2500달러ㆍ가입비 7500달러를 내야만 가입이 완료된다. 가입에만 1100만원 정도 드는 셈이다.

워낙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다보니, 고객이 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만만찮다. 여객기 예약시 자동으로 일등급으로 승급이 되는 것은 기본이다. 쇼핑 도우미와 세계 최상위급 여행사 및 관광 안내원을 대절해주는 혜택도 있다. 24시간 컨시어지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카드 한 장만 들고 가면 영업시간이 아니더라도 명품샵의 문을 열 수 있다.

슈퍼리치들이 꼽은 아멕스 블랙의 최대 장점은 한도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팝스타 비욘세는 남편인 랩퍼 제이지와 함께 아멕스 블랙의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알려져있다. 제이지는 “블랙카드는 한도에 다다를 염려가 없다”며 공공연하게 아멕스 블랙 예찬을 펼쳐왔다. 비욘세 부부 외에도 많은 유명인사들이 이 카드를 사용한다. 지난 9일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포함해 축구선수 줄라탄 이브라히모비치ㆍ브리트니 스피어스ㆍ제시카 알바ㆍ린제리 로한 등이 이 카드의 고객이다.
 
류이첸 선라인 그룹 회장

리더기 시스템상 1회 최대 80억원만 결제돼 24번이나 카드를 긁은 것으로 알려진 류 회장이 카드사로부터 받은 혜택은 무엇일까. 아멕스 블랙도 다른 카드처럼 사용액에 따라 포인트가 적립된다. 1달러당 1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1포인트는 1센트의 가치를 지닌다.

벤 울시 크레딧카드포럼닷컴 대표는 “아멕스 블랙으로 1억7040만달러를 결제했다면 포인트로만 170만달러를 돌려받는 셈”이라며 “다양한 형태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시 대표는 기프트카드 형태로 받을 수도 있지만 센츄리언 고객의 경우 포인트 효율이 높기 때문에 항공권이나 호텔 숙박 등으로 누리는 게 낫다고 분석했다. 항공권은 베이징과 뉴욕 구간을 일등석으로 1000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700만달러에 달한다. 
 
류 회장이 소더비 경매에서 아멕스 블랙카드로 구입한 명나라 도자기 잔 [출처=빈과일보]

적립된 포인트로만 류 회장 부부와 자녀 4명ㆍ손주 2명이 평생 일등석 공짜 여행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류씨는 낙찰 이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카드 포인트로 온 가족이 평생 여행을 다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홍콩 대형마트인 ‘ParknShop’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2억원 상당의 상품권도 더해졌다.

이 카드로 2014년 소더비 경매에서도 명나라 도자기 잔을 3630만 달러(약 416억원)에 구입한 그의 포인트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류 회장이 지난달 사들인 뉴욕 맨해튼 ’원 57‘ 아파트 내부 [출처=노블 블랙 오브 더글러스 엘리먼 리얼 에스테이트]

포브스 추산 14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류이첸은 중국의 대표적인 벼락부자로 꼽힌다. 그는 상하이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나 길거리에서 핸드백을 팔고 택시를 운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인생역전의 단초가 된 건 바로 상하이 증시. 1990년대 개혁개방 흐름 속에서 상하이 증시에 투자한 그는 주로 부동산과 제약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냈다.

어느덧 50대에 접어든 류 회장은 얼마전 미국 맨해튼 중심에 있는 ‘원 57’(One 57)의 아파트 한 채를 2350만달러(약 266억원)에 사들였다. 62층에 위치한 이 집은 센트럴파크를 포함한 주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남쪽으로는 자유의 여신상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yo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