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특검 본격 출범] 최순실 재산몰수 가능할까
뉴스종합| 2016-12-05 11:25
현행법 아래선 사실상 불가능
정치권 특별법 잇따라 발의
위헌소지 커 상임위통과도 난망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60ㆍ구속)씨에 대해 형사처벌 뿐 아니라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은 특별법을 잇따라 내놓지만 법안의 위헌소지가 커 상임위원회 통과부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보다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여야 정치권은 앞다퉈 최 씨의 재산몰수 근거가 되는 특별법을 내놓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최 씨의 국정농단 행위를 ‘민주헌정침해행위’로 규정하고, 불법형성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지난달 23일 대통령과 보좌진, 친인척 등이 저지른 뇌물·횡령·공무상비밀누설 등 권력형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고 해외에 숨긴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태민·최순실 재산 환수를 위한 특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이 특별법을 내놓는 건 현행법 아래서 최 씨의 재산을 몰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일명 전두환 추징법)은 공직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마약, 뇌물, 배임죄 등에 대해 적용된다. 사인(私人)이면서 직권남용과 사기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최 씨의 재산 몰수에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발의된 법안들이 헌법의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법률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불명확해 일반 시민이나 법관이 잘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가령 채이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서는 ‘민주헌정침해행위’를 ‘국가권력 행사에 대해 주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자가 정부업무에 개입하거나 개입하도록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인이 정부업무에 어디까지 관여해야 법률 위반으로 봐야하는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김영삼 대통령 때의 가신정치, 노무현 대통령 당시 측근 비리까지 민주헌정침해행위로 봐야하는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며 “법률의 적용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야한다”고 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과거 친일재산환수법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를 ‘을사조약 등 국권을 침해한 조약을 체결 조인하거나 모의한 행위’등 20가지로 자세히 열거했다”며 “구체적으로 죄목을 열거하거나 적용범위를 분명히해야 위헌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발의된 법안들이 법 제정 이전의 행위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한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는지도 논란거리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순실 씨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소급입법인지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현행법으로 처벌이 안된다고 해서 특정인을 겨냥해서 법을 만들어 처벌하게 되면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몰수는 형벌이 아니라 법안에 대한 특별한 절차를 규정하는 ‘보안처분’의 개념이라 형벌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위헌이라고 곧바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법안이 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최 씨의 재산을 조사하려면 아버지 최태민의 부정축재 의혹을 파헤쳐야하지만,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최태민 씨의 재산이 범죄수익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권형둔 공주대 법대 교수는 “세월호 사건 당시 유병언 일가의 경우도 국가가 재산을 환수하려 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며 “수십년에 걸쳐 형성된 재산의 불법성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률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최 씨 재산 환수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헌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과거 정교하게 제정됐던 친일재산환수법 등도 헌재의 위헌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며 “정치권이 국민 감정에 기대기보다는 법안을 최대한 정교하게 만들고 다듬어야 할 시점이다”고 했다. 새롭게 법을 만들기보다는 현행법 내에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수사에 힘쓰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홍완식 교수는 “현행법 아래서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도록 수사에 힘쓰는 것이 우선이다”며 “이후에 단계적으로 특별법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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