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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텐센트ㆍ샤오미 키운 中벤처머니 IDG캐피털
뉴스종합| 2016-12-30 09:24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이달 초 프랑스 프로축구 1부 리그 ‘리그앙’(Ligue 1) 소속의 명문팀 ‘올림피크 리옹’(Olympique Lyonnais)의 지분 20%가 중국의 한 벤처캐피털(VC)에 넘어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축구굴기’(堀起ㆍ우뚝 섬) 정책으로 중국 부호들이 잇달아 해외 축구 구단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같은 정책에 동참한 중국의 VC에도 관심이 쏠렸다.

곧 올림피크 리옹의 지분 20%를 1억유로(약 1260억원)에 사들인 중국 벤처펀드는 ‘IDG 캐피털 파트너스’로 밝혀졌다. IDG 캐피털은 향후 올림피크 리옹과 조인트벤처를 세워 축구팀 컨설팅과 스포츠투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림피크 리옹의 지분 20%를 인수한 IDG 캐피털

IDG캐피털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계 VC이다. IDG캐피털은 1993년 중국 벤처투자 시장에 진입해 상하이 정부, 중국 과학기술부 등과 손잡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집중 투자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유망한 중국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초기 투자에 참여해, 여러 스타트업을 ICT 공룡으로 키워냈다.

대표적인 업체가 텐센트(Tencent Holdings)이다. 1998년 마화텅(馬化騰ㆍ45)이 창업한 텐센트는 당시 해외에서 인기를 끌던 채팅 메신저 ‘ICQ’를 모방한 ‘OICQ’를 개발해 메신저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45)

2년 후인 2000년 IDG캐피털은 당시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텐센트에 11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성공과 한국 온라인 총싸움게임(FPS)인 ‘크로스 파이어’를 중국에 들여오는 등 게임 유통을 통해 중국 최대 게임ㆍ모바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자 마화텅 회장의 자산도 현재 224억달러로 뛰며, 포브스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중국 3위, 세계 32위에 올랐다.

IDG캐피털은 텐센트 외에도 바이두(Baidu)와 샤오미(Xiaomi) 등에도 초기 투자했다. IDG는 리옌훙(李彦宏ㆍ48)이 2000년 세운 바이두에 같은해 1000만달러를 초기 투자했고, 레이쥔(雷軍ㆍ46)이 2010년 창업한 샤오미에는 창업 다음해인 2011년 9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바이두와 샤오미는 각각 중국 최대의 검색포털과 세계 두 번째로 높은 몸값(기업가치 460억달러)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바이두의 리옌훙과 샤오미의 레이쥔도 각각 119억달러와 84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레이쥔(46) 샤오미 창업자(왼쪽)와 리옌훙(48) 바이두 창업자

이처럼 중국 벤처캐피털 업계 개척자로 불리는 IDG 캐피털이 지금까지 23년간 투자한 업체는 500개가 넘으며 이 가운데 120여개를 기업공개(IPO) 또는 인수합병(M&A)하는 데 성공했다.

운용자산 5조원 규모인 IDG캐피털의 모기업은 세계 최대의 IT 전문 미디어그룹인 미국의 IDG(International Data Group)이다.

IDG는 고(故) 패트릭 조셉 맥거번(Patrick Joseph McGovern, 1937~2014) 회장이 1964년에 세운 IT 시장조사기업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ㆍ현 IDG 자회사)가 모태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학 시절 미 최초의 컴퓨터 잡지인 컴퓨터 앤 오토메이션(Computers & Automation)의 편집자로 미디어 경력을 시작한 고 맥거번 회장은 이후 제대로 된 IT 시장 정보 제공을 위해 IDC를 설립했다.

이후 컴퓨터월드 등 다양한 미디어를 추가로 설립하면서, IDG를 현재 수백개의 오프라인 신문ㆍ매거진, 온라인 미디어 등을 소유한 글로벌 IT 미디어그룹으로 키워냈다.

고 맥거번 회장은 2000년 모교인 MIT에 맥거번 뇌연구소를 세우는 데 3억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는 MIT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금으로 기록됐다. 2014년 3월 고 맥거번 회장이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IDG의 경영권은 맥거번재단으로 넘어갔다. 사망 직전 그의 자산 평가액은 포브스 기준 51억달러였다.

IDG 창업자인 故 패트릭 조셉 맥거번

IDG는 1993년부터 중국에서 벤처 투자를 시작해 이후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 한국에는 2005년 한국법인 IDG코리아, 2007년 펀드 운용사인 IDG벤처스코리아를 각각 설립했다. IDG벤처스코리아는 현재까지 자동차 외장수리 견적 업체 카닥 등 벤처기업 4곳에 투자했다.

한때 과열 양상을 보였던 중국 벤처투자시장은 중국 경기둔화 등으로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IDG캐피털은 최근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IDG캐피털은 초기 페이스북에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브레이어캐피탈(Breyer Capital)과 공동으로 중국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탈 펀드를 조성했다. 10억달러 규모의 이 펀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헬스케어, 미디어, 에너지, 인공지능(AI) 분야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게 된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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