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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광장-문창진 차의과학대학교 대학원장] 미용성형의 덫
뉴스종합| 2017-01-12 11:25
의사라 하더라도 의료기술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의료법에서는 새로운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의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지 않은 의약품을 허가 없이 사용해서도 안 된다. 진단 및 진료목적의 의료기기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건강보호가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이른바 ‘포괄적 임의비급여’라고 불리는 영역은 건강보험 급여대상이 아니므로 현행 제도에서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전적으로 정부의 통제가 배제된 사적 영역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절차 없이 어떤 기술이든 사용가능하다.

한마디로 환자안전의 사각지대다. 의사의 판단으로 시행하고 사고가 나도 의사가 책임지면 그 뿐이다. 사고를 입은 환자는 힘들다. 피해구제를 받으려면 의료분쟁조정이나 소송으로 가야 한다. 이 포괄적 임의비급여 영역의 대표주자가 미용성형이다.

미용성형은 겉모습을 아름답게 고치기 위한 교정술이다. 미용성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필러, 리프팅, 보톡스와 같이 피하주사를 통해 주름과 모양을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눈, 코, 입술, 안면윤곽을 고치는 시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시술 중의 고통을 잊게 하기 위해 환자에게 프로포폴 주사를 놓기도 한다.

일부 성형수술은 여성미용의 필수항목으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로 이미 보편화되었다.

서울 강남지역은 미용성형의 메카다. 해마다 외국여성들이 무더기로 몰려와 성형수술을 받고 간다. 이른바 의료관광이다.

한류붐을 타고 의료관광객이 늘자 일부 성형외과 의원들은 공장식 수술을 자행하기도 한다. 상담의사가 아닌 의사나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수술을 맡기는 ‘유령수술’까지 성행하여 사회문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최순실 성형외과 특혜사건까지 불거져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최순실이 단골고객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원의 원장이 정부 연구개발비 지원, 해외진출 지원, 서울대병원 외래교수 임명, 대통령순방 동행 등의 갖가지 특혜를 누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도 미용성형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이 미용성형은 많은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첫째,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다분하다. 양악수술과 같이 위험성이 높은 고난도 수술은 매우 신중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외국이 기능적 장애나 심각한 외모장애의 경우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마구잡이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의료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둘째, 미용성형은 자칫 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번 시술을 받은 고객은 성형의 강한 유혹에 빠지거나 더 예뻐지고 싶은 충동을 못 이겨 성형외과의 문을 다시 두드리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마저도 미용성형의 덫에 걸렸다. 한 방송가 프로그램에 공개된 선풍기 아줌마의 모습은 성형중독의 최후가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셋째, 미용성형은 의료자원의 편중현상을 초래한다. 미용성형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성형외과 전공이 아닌 의사들도 너도나도 미용성형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성형외과가 인기 전공과목이 되었고, 응급의학이나 흉부외과는 비인기 전공과목이 되었다.

미용성형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영역이다. 기술개발과 의료산업 발전이 빛이라면 의료사고와 과다한 의료행위로 인한 비효율은 그림자다.

아름다움은 여성들의 로망이지만 미용성형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국민건강보호를 위해 마땅히 그 덫을 제거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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