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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부은 치킨집, 문 닫은 지 오랜데…이제서야 뒷북치는 정부
뉴스종합| 2017-01-15 12:00
[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 3년 전 퇴직금과 가진 돈을 탈탈 털어 치킨집을 차렸던 김 모씨(45세ㆍ남)는 올해 셔터를 내렸다. 주변의 만류에도 심사숙고 끝에 결정은 만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물거품이 됐다. 김 씨는 “더이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사 생활을 할 수 없어 과감하게 밖으로 나왔지만,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며 끊었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김 씨에 남은 건 앞으로 갚아 나가야 할 대출금뿐이다. 

‘대한민국은 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3명이 창업하면 1명만 살아남는 가혹한 환경 때문이다. 지난 2일 국세청이 발표한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하루 평균 3000명의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김 씨처럼 셔터를 내리는 사업자도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06만 8000명인 반면, 같은 해 기준 폐업한 사업자는 73만 9000명이었다.

제대로 된 준비 작업과 전문가 조언 없이 시작하는 창업이 많다는 사실은 통계 수치가 증명해주고 있다. 업종별 폐업 비중에서 단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음식업’(20.6%)이다. 폐업자 5명 중 1명은 음식업자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18만 2000명이 음식 창업했지만, 이 중 15만 3000명이 폐업했다. 소매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8만 6000명이 창업하고, 14만 5000명이 폐업해 성공하기 어려운 업종임이 증명됐다. 

문제는 어렵게 살아남은 사업자 또한 대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개인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350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 늘어났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서 자영업자의 27.7%가 빚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빚에 시달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웬만한 대기업 샐러리맨보다 낮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01년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479만 자영업자 중 절반은 연간 매출이 4600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1200만~4600만원 미만인 구간이 30.6%(146만 4000곳)로 가장 많았고 1200만원 미만도 21.2%(101만 8000곳)를 차지했다. 대출을 받고 가게를 차렸지만, 낮은 매출로 다시 대출을 받게 되는 악순환은 결국 폐업을 부른다. 

상황이 이지경에 이르자, 정부가 뒤늦게 관련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해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미시분석을 통해 자영업자 유형별로 정교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를 ▷생계형 자영업자 ▷기업형 자영업자 ▷투자형 자영업자로 분류해 생계형 자영업자에게는 올해부터 미소금융 공급 규모를 확대(16년 5000억→17년 6000억)하고 사업자 햇살론을 통해 창업과 영업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소상공인 특별지원 자금공급을 확대(16년 11조원→17년 12조원)해 기업형 자영업자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이외에도 증가하는 자영업자 대출을 감안해, 금융회사의 자영업자 대출이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업종ㆍ지역 등에 집중되지 않도록 금융회사 리스크관리 체계 정교화하기로 했다. 올해 3분기까지는 현행 운영 중인 중소기업 재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자영업자 재창업지원 프로그램 신설하기로 했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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