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지상최대의 쇼
뉴스종합| 2017-01-16 11:28
흙먼지를 일으키며 솟아 오르는 천막은 볼거리다. 무게가 26 톤(t)이나 된다니 그야말로 ‘빅텐트’다. 천막이 제대로 다 펴지면 콜로세움 같아 보인다는 말이 허세는 아니다. 전성기 때 단원만 1400명에, 갖고 있던 코끼리 숫자도 50마리 정도 됐다. 사자, 호랑이, 하마, 기린까지…. 빅텐트 안에서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갖은 묘기와 곡예를 선보였다.

이렇게 어머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며 146년간 공연을 해온 미국의 ‘링링(Ringling) 브라더스 앤드 바넘& 베일리 서커스’의 ‘지상최대의 쇼’가 오는 5월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출처=링링브라더스 트위터]

링링은 ‘한 인기’ 했다. 영화사 패러마운트는 1952년 서커스와 똑같은 이름의 영화를 만들었다. 흥행카드 찰턴 헤스톤을 기용했고, 아카데미 작품상도 탔다. 영화 자체의 재미는 접어두고, ‘링링 다큐멘터리’ 혹은 ‘고증자료’라고 봐도 무방하다. 링링은 미 대륙 구석구석을 다니기 위해 전용열차를 굴렸다. 살아 있는 생물 무게만 200t이다. 장비 운반차는 60대에 달한다. ‘지상 최대의 쇼’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이런 전설의 해체 이유는 모두의 예상과 같다. 관객감소로 인한 경영난이다. 영화ㆍ인터넷을 넘어 가상현실까지 판치는 요즘 세상에 누가 돈 주고 서커스를 보겠냐는 ‘상식’의 귀결점이다.

링링의 종말은 당연한 것인가. 달리 볼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순회공연으로 흑자를 내지 못하면 망한다고 걱정한다. 한창 전성기 때도 밥벌이를 염려했던 것이다. 그 뒤로도 링링은 올해까지 무려 65년이나 명맥을 이어왔다. 30년 가는 기업도 찾기 힘든 현실에선 ‘기록’이다. 사업적으로 끝은 예정돼 있어도 소비자와 ‘돈’보다 중요한 ‘추억’을 공유했기에 롱런했으리라.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답고 찡하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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