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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출산’ X, ‘저출생’ O?
뉴스종합| 2017-01-18 09:00
-여성단체 “‘저출산’은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용어”
-“저출생 사용권장” vs “출산률개념도 필요” 의견 엇갈려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한 여성단체가 ‘저출산’이란 용어에 여성 차별적인 사회 인식이 내포돼 있다며 ‘저출생’이란 단어를 대신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나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임신중단(낙태) 전면 합법화를 목표로 하는 익명의 여성단체 블랙 웨이브(Black Wave, 이하 ‘BWAVE’)는 18일 ‘저출산’이란 용어 대신 ‘저출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한 여성단체가 ‘저출산’이란 용어에 여성 차별적인 사회 인식이 내포돼 있다며 ‘저출생’이란 단어를 대신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나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행정자치부가 최근 공개한 ‘출산지도’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BWAVE

출산율은 연간 가임여성 1000명 당 출산한 횟수를 의미하는 반면, 출생률은 연간 인구 1000명 당 출생한 신생아 수를 뜻한다. ‘저출생 문제’는 신생아가 적은 현상을 연상케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여성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바람에 인구가 감소했다는 듯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을 사용할 경우 현재와 같은 인구 문제의 화살을 여성에게로 돌리는 경향이 있을 수 있어 저출생 사용을 권한다”며 “이 같은 용어 논쟁은 우리 사회가 양성 양립사회로 가는 과도기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부처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용어 변경을 검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사람들이 출산율을 더 많이 사용하고 인구학적으로 보편화되다보니 (출산율 사용이) 굳어졌다”며 “용어 교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두 개념의 차이는 ‘사산아를 포함하느냐’일 뿐”이라며 “서로 다른 학문적인 외국 개념을 번역한 것에 불과한데 이를 한국어로 접근하면 개념의 본질을 놓친다”고 지적했다.

출산율의 경우, 가임여성의 모든 출산 횟수를 포함한 통계로 신생아와 사산아 등 모든 아이를 포함한다. 반면 출생률은 살아 태어나는 아이만 집계한다.

설 교수는 “0세에 사망한 사산아도 인구로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개념도 필요하다”며 “출생률만 사용해 사산아를 인구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생명경시 풍조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산률 개념이 없으면 ‘영아사망률,’ ‘태아사망률’ 등 그동안 써온 중요 통계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 될 수 있다”며 “이를 집계해야 보건 정책의 바탕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 측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용어가 바뀌는 경우가 있지만 유관기관과 논의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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