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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 많다더니’…빌라의 눈물
부동산| 2017-01-24 11:33
전세가격 급등에 수요 흡수 기대
저금리에 시행사들 앞다퉈 건축
다가구·연립 공급량 7년새 4배 ‘쑥’
예상빗나가 빈집속출 빌라촌 ‘한파’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로 아파트 시장이 ‘한기’를 느끼는 사이 서울과 수도권의 빌라들은 ‘한파’에 떨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 폭등에 따른 ‘전세난민’을 잡기 위해 다세대와 연립주택을 일컫는 빌라가 수도권에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예상이 빗나가면서 빈집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도 지역 빌라 준공은 2012년 3만 채를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1월에는 이미 4만 채가 넘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2009년 1만 채가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공급이 급증한 것이다.


빌라 물량 증가는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 및 내집마련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전망됐던 탓이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가구ㆍ연립으로 옮겨올 것이란 기대다. 저금리 기조로 빌라 시행사들이 싼 값에 돈을 빌려 빌라 건축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또다른 배경이다. 빌라는 공사기간이 짧으면 6개월에 불과해 발빠르게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도 안산, 광주 등 그간 빌라 짓는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들에서는 특가 할인 분양에 나서도 찾는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서울 은평구나 강서구, 구로구 등의 빌라 밀집 지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은평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당초 매매를 목적으로 내놓은 물량이 팔려나가지 않아 전세로 돌려도 공실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결국 문제는 수요가 기대에 훨씬 못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수도권 지역 전년 동월 대비 전월세 거래량 통계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아파트보다 아파트 외(外) 주택의 전월세 거래가 더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8월부터는 확연히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많다. 전월세 수요자들이 빌라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까닭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서울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입주량 증가에 따른 전세물량이 늘면서 서울을 나가려는 사람들이 줄었다”며 “전세가격 상승으로 전세난민이 빌라로 옮겨갈 것이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고 말했다.

빌라 시장의 침체는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선호가 떨어지는 경기도는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할인분양이나 전세로 저렴한 주택을 찾는 실수요자 입주를 노리는 게 빌라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빌라 공급과잉에 아파트 입주량 증가까지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공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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