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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데 땀이 줄줄, 다한증 ①] ‘내 몸 온도계’ 고장나면 감기 달고산다!
라이프| 2017-03-06 10:32
-‘자율신경 조절 이상’ 탓 땀 많이나
- 결핵ㆍ당뇨ㆍ파킨슨병 등도 원인
- 땀냄새 심한 경우 등 치료 받아야
- 보톡스ㆍ교감신경 절제술 등 시술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자동차 영업 사원인 서모(34) 씨는 올 들어 땀 때문에 여러 차례 곤란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여름께부터 유난히 얼굴과 손에 땀이 많이 나고 있는 서 씨는 고객을 만나도 손에 물처럼 고인 땀 때문에 악수도 함부로 못 하는 처지다. 겨울에도 연신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는 그의 모습을 본 고객으로부터 “어디 불편하냐”는 말도 자주 들었다. 실제로 계약 직전 고객이 돌아선 적도 있다. 병원을 찾은 서 씨는 ‘예상대로’ 다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한증은 보통 사람보다 과도하게 땀의 분비가 많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이 병을 앓는 환자는 외부 온도의 변화에 상관없이 땀이 많이 난다. 특히 요즘처럼 영하권의 꽃샘추위가 몰려오는 시기도 마찬가지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에 한기를 느끼면서 체온 조절까지 안돼 감기를 달고 사는 경우도 많다. 다한증은 땀 때문에 일상생활과 대인관계에 불편함을 겪을 뿐만 아니라 땀 냄새가 심한 경우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다한증은 일상생활, 대인관계는 물론 땀 냄새가 심할 경우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자율신경의 조절로 분비되는 땀은 체온을 조절하고 노폐물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다한증은 자율신경의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이 발생하게 된다. 다한증은 땀 분비에 따라 국소적 혹은 전신적 다한증으로 구분한다. 이 중 국소적 다한증은 신체 일부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땀이 나는 것으로, 손바닥, 발바닥, 팔다리의 접히는 부분, 겨드랑이(액와부), 서혜부(허벅지가 시작되는 우묵한 부위), 회음부 등에 주로 나타난다. 이마, 코끝 등에 나타나기도 한다.

다한증은 선행 질환이 있는 속발성 다한증과 특별한 원인을 모르는 원발성 다한증으로 나뉜다. 속발성 다한증의 경우 선행 질환을 치료해 주면 치료가 가능하다. 선행 질환은 결핵 등 감염병, 당뇨병, 울혈성 심장 질환, 갑상선 기능 항진증, 뇌하수체 기능 항진증, 폐기종, 파킨슨병 등이 원인으로, 주로 온몸에 땀이 나는 경향이 있다.

원발성 다한증은 체온이나 외부 온도가 오르는 경우보다 정신적 긴장 상태에서 많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원주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전체 성인 인구의 0.6~1%가 원발성 다한증을 호소하며, 증상이 평생 계속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부위에 비해 땀샘이 많은 손, 발, 얼굴, 머리, 겨드랑이 등에 주로 나타난다. 이 교수는 “겨드랑이는 땀샘과 함께 아포크린선이 분포돼 있어 땀이 많이 나면 각질층이 세균이나 곰팡이에 감염돼 악취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원발성 다한증의 경우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한다. 김관창 이화여대 목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원발성 다한증의 비수술적 치료로 국소적으로 약물을 바르거나 전신적 약물 투여(항콜린성 약물ㆍ진정제), 전기를 이용하는 이온 영동법(iontophoresis), 정신 치료 등이 있다”며 “침습적 치료 방법으로 보튤리늄 독소 주입이나 지방 흡입술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

땀 분비를 억제하는 제한제(制汗劑)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제는 염화알루미늄으로 대부분 사람에게 일시적 효과를 보인다. 취침 전 다한증이 있는 부위를 깨끗이 씻고 건조시킨 뒤 이 제제를 2~3회 바르는 방법이 일차적인 다한제 치료법으로 활용된다.

전신적 약물 투여는 전신적 다한증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중 A형 보튤리늄 독소인 보톡스는 신경 접합부에서 아세틸콜린의 전달을 방해해 근육마비를 일으키는 물질로, 이를 피하 조직에 소량 주입해 발한을 억제시켜 1~12개월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효과가 일시적이고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의의 견해다.

이온 영동법은 전해질 용액에 증상 부위를 담근 상태에서 15~18㎃의 전류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한 번에 20분씩, 1주에 수차례 시행하는데 물리적으로 땀구멍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다한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다한증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고, 겨드랑이처럼 물에 담그기 힘든 부위는 치료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흉강 내시경을 이용한 교감신경 절제술은 최근 많이 사용되는 다한증 시술 중 하나다. 주로 안면, 손, 발바닥, 겨드랑이 등의 국소적 다한증의 치료를 위해 사용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소요 시간이 1시간가량일 정도로 간단한 시술이면서도 땀 차단 효과가 높고, (효과)지속 시간도 영구적”이라면서도 “시술 부분 외에 다른 부위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한증은 치료 경과가 좋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다한증 자체가 심각한 이차적 합병증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대인 기피증 등이 생길 정도로 사회생활이 힘든 환자의 경우는 적극적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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