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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성공한 애플 덕후’ 오포ㆍ비보 키운 돤융핑
뉴스종합| 2017-03-23 14:21
[SUPERICH=민상식ㆍ이세진 기자] 최근 몇 년간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중국의 ‘오포’(Oppo)와 ‘비보’(Vivo)이다.

과거 값싼 아이폰 복제품 취급을 받던 오포와 비보 모두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오포와 비보는 각각 중국 시장의 1위(16.8%)와 3위(14.8%)였고 화웨이는 2위(16.4%)였다. 시장조사업체 IDC 추산에 따르면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중국에서 스마트폰 1억4700만대를 팔아 화웨이(7660만대), 애플(4490만대), 샤오미(4150만대)를 크게 따돌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4분기 기준 오포와 비보는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는 오포는 12.3% 점유율로 애플(12.2%)과 삼성전자(9.4%)를 제치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미국 제외)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돤융핑(56) 부부가오그룹 회장

이처럼 급성장한 오포와 비보를 보유한 모회사는 오디오 전문기업인 부부가오(步步高ㆍBBK)그룹이다. 부부가오그룹의 창업자는 뛰어난 투자감각을 지녀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돤융핑(段永平ㆍ56) 회장이다. 돤 회장은 2000년대 초 중국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차익을 내 ‘중국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특히 2006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의 점심식사를 내건 경매에 당시 역대 최대 금액이었던 62만100달러(약 7억원)를 제시해 버핏 회장과 실제로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돤융핑은 중국 장시(江西)성에서 태어나 저장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기술자 출신의 억만장자이다. 대학 졸업 이후 국유 진공관 업체에서 일을 하다 1989년 게임기 개발업체 샤오바왕(小覇王)을 설립해 큰 돈을 벌었다. 이 회사는 ‘쑤보르’라는 게임기를 팔았는데, 1995년 쑤보르의 매출은 10억위안(약 1600억원)을 넘을 정도였다.

이렇게 번 돈을 바탕으로 1995년에는 오디오ㆍ비디오 전문업체인 부부가오를 세웠다. 중국어로 ‘점점 높아진다’는 뜻을 가진 이 회사는 MP3 플레이어와 DVD 플레이어 등을 생산했다.

이후에는 휴대폰 사업에 투자했고, 자회사 부부가오 커뮤니케이션 이큅먼트는 2000년대 중국에서 가장 큰 피처폰 제조사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

샤오바왕에서 만든 게임기 쑤보르 [출처=Bestchinanews]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아 BBK의 피처폰 판매가 급격히 줄자, 돤 회장은 새로운 전략을 내놓는다. 스마트폰 브랜드를 비보와 오포로 이원화해 차별화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오포는 학생층과 20~30대 여성을 고객층으로 중저가 제품을 내놓고, 비보는 20~40대 남성층을 겨냥해 고가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2001년 론칭한 MP3 브랜드 오포는 동업자인 천밍융(陳明永)에게 맡겨 2004년 별도 회사로 독립시켰다. 오포는 2008년 첫 번째 휴대폰을 출시하고 2011년 스마트폰으로 확대했다. 오포는 현재 돤 회장이 회사운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비보는 2009년 부부가오그룹이 세운 자회사이다. 초기에는 오포와 비보 모두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 배우 송중기 등 글로벌 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과 함께 부담 없는 가격에 고급 기능을 탑재한 기기로 젊은층 수요를 끌어들였다.

오포는 2012년 셀카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층을 겨냥해 세계 최초로 500만화소 전면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카메라 기능을 내세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포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의 비보는 오디오 전문기업인 모회사 BBK의 노하우를 활용해, 고품질 오디오와 전문 브랜드 이어폰 등 뛰어난 음향 기술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만난 돤융핑 창업주 [출처=EJ Insight]

두 브랜드는 특히 온라인 판매에 치중하는 샤오미 등 경쟁사와 달리, 중국 전역의 광범위한 판매망에 집중했다. 돤 회장은 1995년 부부가오그룹을 세운 뒤 중소도시에 소매점을 대규모로 확보한 후 소매상인에게는 이윤 보장을 내걸어 광대한 영업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오포와 비보도 같은 판매전략을 짰다. 제품을 직접 만져보기 원하는 고객이 대다수인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 20만여개 판매점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고가폰 시장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은둔형 경영자인 돤 회장은 지난 20일 블룸버그통신과 10년만의 첫 인터뷰에 나서, 오포와 비보가 중국 시장에서 애플을 제친 것은 애플이 현지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은 중국에서 우리를 이기지 못했는데 애플도 결점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운영체제(OS) 등은 훌륭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우리가 그들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비보 광고모델로 활약한 한국 배우 송중기

특히 돤 회장은 자신이 아이폰을 자주 쓰는 애플의 오랜 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이후 애플의 제품과 사업 등에 대해 블로그에 자주 글을 써왔다. 2015년에는 애플의 순이익이 5년 안에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또 투자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자신의 해외자산 상당량이 애플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돤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 CEO 팀 쿡을 여러 행사에서 만났다. 그는 나를 모르겠지만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며 “애플은 놀라운 회사이며, 우리가 배울 모델이다. 우리는 누구를 따라잡겠다는 생각은 없고 대신 스스로 발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덧붙였다.

부부가오그룹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돤 회장은 점점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뗄 계획이다. 이사회에 참석하고는 있지만 오포와 비보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고 밝혔다.

돤 회장은 2001년 투자와 자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사했고, 현재 캘리포니아의 한 맨션에서 아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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