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진행되고 있는 두 개의 레이스
뉴스종합| 2017-04-12 11:31
두 개의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144게임을 치루는 프로야구가 하나이다. 아직은 초반이기 때문에 어느 팀이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예단하긴 힘들다. 하지만 나름대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큰 그림을 그린 후 한 게임 한 게임을 보는 즐거움은 가을까지 계속된다.

다른 하나는 오는 5월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향한 대권주자들의 레이스이다.

원래는 12월에 선거를 치룰 예정이었으나 대통령 탄핵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겨 단기적으로 바뀌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이 정해졌고 지금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선두 경쟁을 벌이는 후보자들의 레이스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탄핵에서 비롯된 조기 대통령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저 재미만 추구할 일은 아니다.

프로야구의 경우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겼을 때 느끼는 짜릿한 포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느낌의 폭이나 깊이는 야구에 대한 지식과 비례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 왜 번트를 대는지 스퀴즈가 무엇인지 희생 풀라이는 어떤 것인지 등등을 알면 야구를 보는 재미는 커진다. 그 외에도 타율, 자책점, 출루율 등을 알고 있다면 더 좋고. 야구는 아는 만큼 본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경기장에 가고 텔레비전 중계도 본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향한 레이스는 다르다. 누굴 뽑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은 물론 개인 삶에도 큰 영향을 준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가 겪어 온 혼란과 실망은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번 선거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파면시킨 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신중한 태도로 레이스를 살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자질을 철저하고 혹독하게 검증하는 일이다. 벌써 후보끼리 폭로, 비방,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기대는가 하면 이미지 구축을 겨냥한 감성적인 선거 운동이 판을 치는 등 선거판이 지저분해 지고 있다. 뉴스나 공개토론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등은 좋은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아들 취업이나 전직 대통령 사돈 음주 사고 은폐, 경선 중 선거인단 불법동원, 부인 교수 채용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고 있다. 당사자들은 해명이나 변명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일들이 말끔하게 밝혀지기까지 한 달은 너무 짧다. 그렇다면 그 판단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고 책임이다. 옥석을 가리는 예리한 판단력이 절실한 때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국정이 표류하면서 경제문제, 안보위기 그리고 사회혼란 등 안팎으로 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다. 재미나 흥밋거리고 선거판을 한가하게 보기에는 우리 사정이 너무 심각하다. 뒷얘기, 가십 그리고 경마식 보도에 기대서는 안 된다.

정말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팔짱끼고 선거판을 즐길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심판자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4월은 바쁘게 보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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