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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섬웨어 초비상] 기업 공공기관 아침 표정… 우왕좌왕, 업무 마비
뉴스종합| 2017-05-15 08:38
- 컴퓨터 켜도 될까 무서워... 긴장상태로 출근
- ”정부 대국민 행동지침도 못믿겠다“


[헤럴드경제=정세희기자]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업들 역시 15일 오전 비상이 걸렸다. 주말에 정상근무를 하지 않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이날 컴퓨터 켜는 것이 두려움 그 자체였다.

서울에 있는 한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이른 시각부터 출근해 랜섬웨어 감염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행정을 담당하는 김모(35.여)씨는 “컴퓨터 켜는 순간 먹통이 되진 않을까 월요일 오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몇몇 공공기관은 정상적인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 했다. 직원들은 기존 업무는 뒤로 미루고 컴퓨터, 노트북을 확인하고 백신을 설치하는 등 확인 작업에 매달렸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랜섬웨어 공격으로 모든 업무가 올스톱 되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 점검해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반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워너크라이에 감염됐다고 신고한 기업이 국내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 대기업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직원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흘렀다. A기업의 경우 직원들에게 주말에 정부에서 내린 행동지침을 미리 문자로 안내하는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애썼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4일 대국민행동지침을 통해 윈도우 보안패치가 안된 경우 ▷컴퓨터 부팅전 인터넷을 차단하고(랜선 연결 제거) ▷ SMB 포트를 차단한 후(프로토콜 비활성화)▷ 인터넷으로 윈도우 보안패치 및 백신 업데이트 등 행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예방책도 못 믿겠다”고 우려했다. 서울에 있는 B기업에 다니는 한 모(32.남)씨는 “회사 랜선을 제거한다 하더라도 주변 와이파이가 잡히거나 그러면 감염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을 표했다.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문자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을 진정시키는 기업도 있었다. 한 건설업체에 다니는 김모(29.남)씨는 출근 전 회사로부터 ”회사의 보안 정책을 따르고 윈도의 업데이트를 잘 한 분들은 워너크라이에 감염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업무하길 바란다“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중소기업 종사자와 식당, 카페 등 자영업자들도 혼란스러웠다. 워너크라이 공격은 일반 컴퓨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주말 워너크라이는 식당 카드결제 단말기, 영화관, 건물 전광판, 오락실 기기 등 윈도우가 깔린 경우라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공격했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최모(32.여)씨는 “인터넷으로 24시간 주문이 들어오고 결제, 배송도 이뤄지는데 혹시라도 감염됐을까 밤새 불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공식기관에 신고하는 것 자체도 꺼리는 분위기다. D기업 관계자는 “SNS나 댓글로 어떤 기업이 공격받았는지 이야기가 떠돌고 있는데 기업이 보안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낙인찍히는 것”이라며 “민간 보안업체에게 맡기는 것도 매우 조심스럽고 자체적으로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일반 개인 감염자들도 신고해봤자 사실상 100% 복구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에 신고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현재까지 접수된 개인 피해사례는 0이다.

이처럼 피해자들은 감염되어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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