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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은화 엄마가 전한 끈끈한 사랑
엔터테인먼트| 2017-05-24 09:56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MBC ‘휴먼다큐 사랑’은 지난 22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인 조은화 학생과 허다윤 학생 어머니의 슬픈 이야기를 담아냈다.

보는 내내 가슴이 미어졌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3년간 차가운 세상에 맞서 싸운 두 엄마의 ‘사랑’은 정말 위대해 보였다. 딸을 찾는다는 생각이라면 본능적으로 생기는 두 엄마의 엄청난 전투력마저 숭고해보였고, 고마웠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비극 앞에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여겼던 평범한 일상이 깨져버린 가족들의 슬픔,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은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고 공감하게 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두 엄마 이야기’는 생생한 사고 당일의 기억부터 온 국민이 함께 숨 졸이며 지켜본 세월호 인양의 순간, 긴 겨울을 보내고 마침내 엄마에게 돌아온 딸을 품에 안은 2017년 봄을 담았다.

눈물 많고 소녀 같은 다윤 엄마 옆엔 언제나 씩씩한 은화 엄마가 있었다. 팽목항에서 나란히 붙어있는 12㎡ 임시 컨테이너에 머물렀던 두 엄마는 서로의 슬픔을 온전히 알아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3년이라는 긴 시간, 상처투성이 두 엄마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고 자매가 되었다.

두 엄마는 딸을 그렇게 놔둘 수가 없었다. 뇌종양으로 한쪽 청력을 잃은 다윤 엄마는 “바닷물을 다 푸고 싶어요. 산이었다면 죽는 한이 있어도 다 올라가요. 바다라 어쩔 수 없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다윤 엄마는 “안 살고 싶은 날이 더 많았다”고 아픔을 표현했지만, 그럴 때마다 저 앞에서 달려가고 있는 은화 엄마가 용기를 줬다고 했다. 은화 엄마도 “평생 내 편을 잃은 기분”이라고 딸을 먼저 보낸 아픔을 말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애교 많은 막내딸 다윤이.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학교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가도 불평 없이 늘 밝았다. 수학여행비 33만원이 집에 부담될까 가지 않으려던 다윤이를 엄마는 다독여 보냈다. 아픈 오빠와 함께 크느라 일찍 철이 든 은화는 전교 1등으로 공부도 잘했고 한 번도 엄마 속을 썩인 적이 없다. 샤워할 때조차 엄마를 옆에 세워 두고 수다를 떨 정도로 ‘엄마 껌딱지’였다.

딸을 애타게 기다리던 두 엄마에게 딸의 소식이 왔다. 5월 12일 은화의 가방이 발견된 곳 근처에서 은화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 그 일주일 후 신원이 확인된 다윤이의 유골도 엄마 곁으로 돌아왔다. 자식을 앞세운 어미에게 남은 인생은 없었다. 오로지 사랑하는 딸을 찾기 위해 견딘 시간, 엄마라서 포기할 수 없었던 그 3년간의 힘들었던 기다림은 슬픔 못지 않게 모녀간의 끈끈한 사랑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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