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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매매 피해청소년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뉴스종합| 2017-06-03 12:00
-피해자 아닌 보호처분대상인 성매매 피해 청소년
-“가정문제ㆍ가출 내몰린 극단 선택…보호ㆍ지원해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여성가족부는 성매매 피해청소년을 대상으로 치료ㆍ재활 전문과정을 실시한 결과 대상자 중 96.4%가 수료 6개월 후에도 성매매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005년 시범 사업으로 시작한 성매매 피해청소년 치료ㆍ재활 사업은 성매매 피해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교육과정의 대상이 ‘대상아동청소년’이라는 것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은 성폭력 피해자인 ‘피해아동청소년’과 성매매 피해자인 ‘대상아동청소년’로 나뉜다. 대상아동청소년이란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대상청소년 교육과정 결정을 통보받은 청소년이나 법원에서 수강명령을 부과 받은 청소년 등을 뜻한다.

결국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피해자가 아닌 절도나 폭행 가해자와 같은 보호처분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치료ㆍ재활 사업이 피해자 보호와 지원 개념의 교육이 아닌 처벌과 강제교육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성단체들은 이와 같은 프로그램 성격이 교육의 목적을 훼손시킨다고 지적한다.

조진경 10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성매매 피해 청소년은 강제교육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 지원을 해줘야 하는 대상”이라며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있지만 목적 측면에서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매매 창구가 되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규제하지 않고 아이들만 탓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피해자가 아닌 성구매자와 같은 가해자로 간주한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자”는 “청소년과 사물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 능력 없는 미약한 사람으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 유인된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고 성매매피해자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적시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경찰은 스마트폰 앱과 같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알선자를 통한 성매매는 ‘자발적 성매매’로 인식해 해당 청소년을 피해자로 보지않고 처벌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아동청소년으로 검거된 203명 가운데 138명이 성매매처벌법에 근거해 기소됐고 16명이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반면 같은 기간 검거된 성매수자 491명 가운데 구속된 인원은 18명에 불과했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 대부분은 스마트폰 채팅 앱으로 유인되고 있다.

지난달 여가부가 위기청소년 1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74.8%가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성구매자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법적 제도는 대상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서 보호하고 있지 않은 측면이 많다”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 간주해 처벌 대상이 되고 있지만 실상은 가정문제, 가출 등으로 성매매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맥락은 보지 않다고 무조건 처벌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서 남윤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성매매 관련 청소년들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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